| ‘청년작가 비상’ 위해 갤러리 내준 ‘통큰 사찰’ 화제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제4회 신진작가 기획전’ 돌입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
| 2016년 02월 11일(목)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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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들이 참 힘겨운 시대입니다. 예술적·경제적 기반도 없이 미술인으로 첫발을 내딛지만 쉽사리 의욕이 꺾이는 시절이지요. 전시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인 젊은 작가도 많고, 몇 개의 아르바이트와 작품활동을 병행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데 이렇게 신인작가들을 뽑아 지원해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서영기·34)
“종종 청년작가지원제도를 만나게 되지만, 선정이 돼도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많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로터스갤러리는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줍니다. 전시회를 비롯해 홍보, 작품 운반까지도 세세하게 지원해주니 작가는 정말로 작업만 열심히 해 작품을 내놓으면 돼요. 작가존중이 느껴집니다.” (김설아·여·34)
젊은 미술인들 사이에서 항간의 화제를 낳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광주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무각사 내 로터스갤러리다.
무각사는 로터스갤러리를 통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5-6명의 신인작가를 선정해 초대전을 지원하는 ‘신인작가 기획전’을 열어왔다. 작가 당 창작금 100만원 제공을 비롯해 초대전 제반에 관한 모든 비용 지원, 작품 판매 수수료 전무 등을 골자로 한 공모전은 해마다 인기가 높아져 어느새 청년작가들에게 선망의 전시제도로 떠오르고 있다.
작가 선정 작업은 김희랑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발품을 팔아 직접 작업실을 돌며 시작된다. 김 학예연구사가 신선하고 실험적인 작가들을 발굴해낸 다음 무각사 주지 청학스님과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씨가 최종선정에 참여한다.
특히 올해 제4회에선 선정작가를 정다운, 이혜리, 나지수, 김수진, 안지현, 서영기, 이재호, 윤준영, 김설아, 박다혜씨 등 10명으로 확대했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시를 기획 중인 2개월을 제외한 10개월 내내 로터스갤러리를 신인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내주겠다는 청학스님의 의중이 담긴 계획이다. 로터스갤러리를 이미 유명해진 예술가들의 공간이 아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가의 길을 선택한 신진들의 밑거름으로 활용하자는 공익성 실현인 셈이다.
평균나이가 28세인 올해 선정작가들은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통상 3주간 개인전 형식으로 각각 전시를 선보이게 된다. 최근 1-2년간 작업한 신작 20-30여점을 내걸 예정이다. 전남대와 조선대에서 회화 등을 전공한 작가들이지만, 이력과 작품경향은 개성만점 그 자체다.
작가 중 최고령인 34세의 김설아 작가는 전남대 서양화 전공생으로 지난 7년간 인도에서 유학한 뒤 잠시 서울에서 활동했다.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광주에서 시작하려고 마음먹고 최근 둥지를 튼 뒤 바로 로터스갤러리 공모전에 문을 두드린 것. “사찰 안 문화공간이 이렇게 개방적이고 실험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에 무한한 매력을 느꼈고 선정돼 너무 기쁘다”는 그는 수천 수만번의 섬세한 터치로 이뤄진 형상들을 통해 사색과 명상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 작가와 동갑인 서영기 작가는 ‘양면성’을 주제로 표리부동의 상황, 서로 상이한 성격의 공존 등을 회화로 표현해왔다. 이미 광주에서 세 차례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지만 그는 꼭 로터스갤러리 기획전에 참여해보고 싶어 지난해부터 공모 준비를 했다고 한다.
최연소에 해당되는 나지수(여·25) 작가에게 이번 기획전은 말 그대로 처녀전이다. “꿈같아 행복하지만 전시 준비를 생각하면 너무 떨린다”는 나 작가는 현재 전남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누드 드로잉에 기반한 인간형상의 군집 그림이 인상적인 신진이다.
또 작품도, 입담도 독특해 주목받고 있는 정다운(32) 작가는 이번 기획전의 첫 주자로 나서 지난 3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전시를 갖는다. ‘우주소녀’라는 문패를 내세운 그의 작품들은 여고생을 모델로 한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며 기술문명 아래 성장한 젊은이의 발칙한 상상력을 드러낸다. 특히 그는 “고급화된 예술의 문턱을 대중성으로 낮춰보고 싶고 고귀함보다는 즐거운 유희로 미술을 나누고 싶다”며 작품과 전시 의도를 밝혔다.
이외에도 선정작가들은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올 한해 내내 로터스갤러리를 채워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청학스님은 “젊은 예술가들이 고요한 절 안을 누비고 다니며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니 그 자체가 또 다른 작품”이라며 “이제 막 프로의 무대에 오른 신진작가들이라 다소 서툴러 보일 순 있겠지만 그래서 더 기발하고 미래지향적이니 많은 이들이 찾아와 기대감을 갖고 공유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희랑 학예사도 “기성의 멋에 물들지 않은 유망청년작가들이 선정됐다”며 “이들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세계무대에 진출, 광주 미술의 저력을 뽐낼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의 062-383-0070.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