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치열하게 싸우라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2월 17일(수) 19:00

일단 호남에서 독점정치 구도는 깨졌다. 2016년 4·13총선의 정치적 의미를 미리 진단해보면, 전통1당 정치독점체제가 깨지고 정치경쟁을 촉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졌다, 이것이 성과다.

그동안의 호남 총선에서는 지금 이 시기, 선거 60일전에도 조용했다. 호남 1당에 공천받기 위해 중앙당 눈치 보며 출마자들이 서울을 주로 오가며 인맥 잡기에 혈안이 됐을 뿐 지역민은 안중에 없는 시기다. 공천 받고 나면 곧 당선이 보장된지라 선거 30일전에도 열띤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참으로 무례하기 짝 없는, 중앙당이 결정했으니 너희는 찍어라, 전근대적인 하청정치·독점정치의 전횡이 자행되었다. 정치의식이 탁월한 호남사람들은 절망했다. 정치적 선택권을 제한하고 박탈하면서 새로운 인물이 탄생할 수 있는 역동성을 제거한 정치구조에 실망감이 컸다. 호남은 이런 독점형식의 선출방식 때문에 호남정치의 경쟁력과 생명력이 없어졌다고 보고, 정치적인 주권회복운동 차원의 호남정치복원을 주장하며 정치 선택권과 결정권을 지역민이 찾아오겠다고 선언하고 지역정치의 판을 뒤집기 시작했다.

정치혁신에 대한 호남인의 간절한 바람을 타고 지난해 호남신당 움직임이 거세지자 다른 지역에선 ‘야권 분열은 대선 필패’라는 명분을 가지고 비아냥거리거나 폄하했다. 그러나 정치경쟁력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호남인의 염원은 들불처럼 번져 결국 제3당이 탄생됐다. 이 과정에서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박주선의원의 통합신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 장세환 유선호 전 의원의 통합신당을 위한 희망연대 등이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결국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으로 대부분의 호남신당 그룹이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에 모였다.

자 그럼,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독점정치 타파를 위해 호남에서 오랜만에 다당 구조가 형성돼 정치신인들이 피 튀기는 혈투를 감행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까지는 좋다. 문제는 다당구도라고는 하나 호남에서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싸움이라는 점을 악용해 모든 후보자가 다시, 양 당에 공천받기 혈안이 되어 여전히 중앙당 눈치만 보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4·13총선을 총지휘하는 여·야 대표들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정치리더의 탄생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국민의 열망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특히 지역주의라는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도 ‘호남정치복원’이라는 정치적인 주권회복운동을 펼친 호남사람들의 지역정치 복원 열망을 안다면 ‘국민의 당’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시민의 정치적 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호남정치, 새로운 길을 열자’는 바람이 일어난 것은 호남이라도 정치력을 회복해 한국정치 폐단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시국선언과도 같은 것이었다. 현 단계에서 국민의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지 않고 분열을 걱정하면서 기계적인 통합을 시도하거나 새 인물 영입을 게을리 한다면 오랜만에 형성된 ‘정치희망’에 대한 열망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지금처럼 새 정치를 위한 노선과 가치, 철학조차 없고 리더십 부재 등의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호남정치복원을 주장하기에 앞서 고질적 계파갈등으로 인한 패거리 정치, 지도부의 전횡과 계파담합의 비민주적인 공천방식, 지역에 토착화된 낡고 구태한 기득권을 그대로 재연한다면 호남은 제3당도 버리고 제4당을 꿈꿀지 모른다.

따라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호남이 바라는 정치개혁의 실체가 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호남에서 다당구조를 원했던 것은 소외감의 다른 표출이 아니라, 호남지역 주민들과 호남 출신의 출향인 그리고 호남인의 정신을 소중하게 간직한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의 민주성과 개혁성 그리고 정의의 표현이다. ‘호남정치복원론’의 실체가 단순히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들의 자기 세력 확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약무호남 시무국가’로 대변되는 호남인들의 애국 애족정신과 개혁적인 정치 그리고 정의 실현을 바라는 주권재민의 또 다른 표현이다. 우리 역사를 통해서 본 호남정신의 핵심은 불의에 대한 저항을 통한 애국충정의 실천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주장하건대, 호남정치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도모를 위한 방편으로 제기된 호남지역을 매개로 한 정치공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제1야당이 정치력을 발휘하고 야성을 되찾아 수권정당으로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호남민중들의 정신이 내재된 민주성과 개혁성 그리고 정의를 실천하라는 준엄한 명령의 한 형태다.

호남이 제1야당, 독점정당에 실망한 이유는 야당성을 상실한데다 혁신을 외면하고 정치 주도권을 뺏긴 채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호남이 원하는 4·13총선의 모습은 파괴에 가까운 개혁 공천, 후보간의 치열한 정책 경쟁, 잘못에 대한 처절한 비판과 반성, 그리고 지역민을 중심에 놓는 정치다.

4·13총선 60일도 남지 않았다. 지역민들은 더 가열찬 경쟁을 보고 싶다. 더 치열한 정책 경쟁을 통해 지역 비전을 제시하라. 누가 더 개혁적이고 누가 더 당당한지 비교해보고 싶다.

호남정치는 4·13총선을 기점으로 부활해야 한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