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거늘~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3월 09일(수) 19:55

4·13총선 때문에 온 나라가 마비 상태다. 300여명 국회의원 뽑는데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가 마비되고, 모든 이슈가 매몰되고 있다. 선거 때가 되면 모든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철학으로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큰소리치지만, 선거를 통해, 정치인을 통해,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요즘 한국인을 가슴 아프게 한 유아와 어린이의 가정폭력으로 인한 ‘죽음’ 소식은 ‘험악한 정치’가 ‘갓 피어난 꽃’들을 말라죽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이 아이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는 지난해 말 어린이집 폭행 사건으로 가슴이 먹먹한 채 새해를 맞았었다. 연이은 가정 아동학대 사건으로 안타까운 새해의 시작을 알렸다. 부천 초등학생 폭행 사망, 인천 11살 어린이 감금학대에 이어 40대 주부가 큰 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곧이어 정초에는 40대 목사 아버지가 여중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11개월 동안 집안에 방치하고, 게임중독에 빠진 30대 아버지가 11세 딸을 2년 동안 집에 가둔 채 폭행하고 굶겨 몸무게 16kg에 불과한 딸이 빌라 배관을 타고 탈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적어도 자식을 키워본 부모라면, 가정폭력으로 죽거나 고통 받는 아이들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 사정이 이럴진대, 올해 아동학대 관련 중앙정부 예산이 185억원으로 지난해252억원 보다 약 27% 줄었다. 이 예산도 정부의 일반예산 편성이 아닌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으로 편성됐다. 중요도에 비해 턱없이 적은 예산이다. 국가의 기본책무라고 할 수 있는 아동보호 기능에 대한 예산의 안정성 조차 담보되지 않은 것이다. 아동보호서비스의 중심 역할을 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에 56개에 불과하고 각 기관에서 근무하는 상담원은 평균 9명 정도이다. 인구대비로 보면 1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약 16만 명의 아동인구를 담당해야 한다. 이는 상담원 1명당 약 1만8000명을 관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자녀의 보호막이 되어야 할 가정이 오히려 감옥이자, 가장 잔인한 흉기가 부모가 실인자가 되어가는 현실은 뭣 때문일까. 이론적으로는 ‘인명 경시’와 ‘가족 해체’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보면, 경제성장은 이뤄냈지만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무한 경쟁사회에서 인명의 가치가 과거보다 떨어진 것이 있고, 더욱이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 등 부작용으로 오히려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사회적 약자들이 생겨나면서 이들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동학대 사건이 날 때마다 긴급 처방을 내렸다. 필자의 긴급처방은 ‘부모교육’이다. 우리나라는 부모가 되어서 아이를 양육하는 지식, 태도를 알려주는 교육시스템이 부족하다. 제도가 마련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아이 양육으로 힘들어하는 지인이 있다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양육의 경험을 함께 나눈다면 이 또한 부모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다. 자식낳은 것 보다 쉬운 운전도 국가 면허를 취득하는데, 면허증 없이 이성을 만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교육하다보니 무면허 운전을 하듯 결정적인 실수, 인명사고까지 낸다. 운전이 서툴러 사고를 내면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기도 하는데 아이를 무면허로 키우다 이이를 죽이면 어떻게 되는가. 적어도 그 중요한 일은 인성교육 차원이 아니라 의무교육 안에 ‘부모교육’을 넣어 필수로 이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도 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너무 서툴다고 느낀다. 미숙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도긴개긴이다. 누군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느냐고 물으면 자신이 없어진다. 왜? 배운 적이 없으니까. 뉴질랜드에서는 아이를 출산하면 지방정부의 보육담당자가 집으로 방문해 아기를 목욕시키는 방법, 우유를 먹이는 방법 등 자잘한 일까지 자세히 반복 교육해 준다고 한다. 어른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말 못하고 저항도 못하는 어린 생명, 아이의 인권을 위한 배려다.

필자는 오래전에 종교단체가 제공하는 아버지 학교, 부부 교실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삶에 무지했음을 절감했다.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낳기 전에 면허를 따게 할 수는 없지만 고등학교나 대학 교양과목 필수로 ‘부모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도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부모교육’을 정례화하고 가정내 각종 폭력이 얼마나 이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지 알게 해야 한다.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개인적인 권리와 인격을 가진 생명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대한 부모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천부(天賦)의 권리를 가지는 존엄한 존재다.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고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가정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행되는 아동학대는 노출이 쉽지 않다는 맹점이 있는 만큼 ‘이웃과 학교, 당국’의 3각 노력이 절실하다.

부모교육이 되어 자격을 갖춘 부모, 정부의 촘촘한 아동학대 감시망, 그리고 행복한 사회, 우리 아이들이 좀더 폭력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이다. 이번 4·13총선에서 ‘부모가 자식을 죽이지 않는 대한민국’을 공약한 국회의원에게 필자는 한표를 행사하겠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