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홍보’ 치중 말고 ‘직무’ 충실해야 오경은 사회부 차장대우

2016년 03월 15일(화) 20:18

요즘 본보 사건팀을 비롯해 기자들의 애로사항은 바로 밀려드는 경찰관들의 독자투고를 지면에 소화하는 일이다. 사실 경찰과 기자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엔 유난히 우리 사이가 살갑다.

일선 경찰관들이 독자투고를 싣는데 열을 올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홍보 업무 평가 점수가 상향됐기 때문. 경찰서 별로 연 1회 성과과제 지표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있는데 지난 2014년까지는 3점이었던 홍보 업무 평가가 지난해부터 7점으로 대폭 높아졌다.

때문에 일선 경찰관들은 본연의 업무에 부수적인 홍보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언론사에 독자투고를 보내거나 SNS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면이 한정돼 있다보니 하루에도 수십 명이 보내는 독자투고를 모두 소화할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독자투고를 먼저 보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홍보 점수 때문에 억지로 만들어 내고 있는 미담으로 인해 일선 경찰관들의 피로도도 상당하다.

물론 홍보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요즘 일선 경찰관들의 과도한 홍보 경쟁을 보고 있자면 사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렇게 경찰관들이 본연의 업무인 치안 업무 외에 홍보에 치중하게 된 풍토는 근본적으로 왜곡된 성과지표 항목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평가는 경찰의 인사에도 근거자료가 되다 보니 경찰들이 사실 관계를 과장하거나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억지로 만들어지거나 조작된 미담이나 영웅 만들기는 결국 들통 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오히려 경찰의 위상과 명예를 더욱 추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광주경찰청이 내건 슬로건은 ‘시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받는 광주경찰’이다. 그 기본은 형사 수사 교통과 지구대 업무로 볼 수 있다. 경찰이 이에 충실해야 사회가 편하다. 경찰관들이 홍보에 치중하기보다 경찰 본연의 업무에 집중했으면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