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왜 하세요?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
| 2016년 03월 16일(수)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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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대구의 한 신문 칼럼에는 이번 선거에서 ‘대구가 보수 일색이라는 케케묵은 평판을 걷어내야 한다.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이 공존하는 진취적 개방사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논조를 읽었다. 의외였다. ‘대구시민들의 단순한 정치 색조는 각종 선거에서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는 결과로 나타나곤 했지만 특정 정당 편애는 여·야 모두에게 소외받는 집토끼 신세를 초래한 자충수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구·경북이 새누리당의 아성으로 굳어지는 사이 지역 유권자들의 표값은 하한가 수준으로 추락했다. 수도권이나 충청권의 한 표와 대구·경북의 한 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보는 정치인이 과연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전력을 기울였던 2009년, 일찌감치 ‘메디 시티’를 목표로 했던 대구는 의료인력 공급, 병원 인프라 등 경쟁력 평가에서 단연 앞서 나갔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희망한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점수가 예견됐고 대구의 단독 유치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충북 오송과 대구 두 곳에 첨복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낙착됐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총선과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권을 배려했다는 게 한동안 정설로 회자됐다. 대구언론은 늘 이 사례를 예로 들면서 다양하면서도 예측을 불허하는 역동성과 변이성을 충청도의 정치색이 충청도의 강점이라고 부러워했다. 때로는 여(與)에 승리를 안기고 때로는 야(野)를 품는 카멜레온식 충청도 정치 스타일 때문에 중앙 정치권의 충청권구애 전략을 충청도 지자체장들이 잘 활용해 충청도는 다양한 발전전략을 성공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충남의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는 4천500만원으로 전국 2위이고, 2000년 이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8.5%로 전국 1위다. 대구 지역 언론들은 충청의 경제적 약진은 다양한 정치색, 다당 구조에서 비롯됐다며, 대구가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주·전남 처지는 잘사는 대구보다 더 심하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호남 일당 독점정치가 공천패권을 남용하면서 정치경쟁력을 상실하고 이런 텃밭의 지반(地盤)이 광주전남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열을 올렸다.
호남에서는 지난해 현재 대구 언론들이 하고 있는 반성을 시작하면서 다당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야-야 대결이 된 광주·전남 총선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지난번 19대 총선에서 보여준, 비전 없이 지연 혈연 학연에 얽힌 깜깜이 선거는 아니지만, 여전히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 대결은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지역의 정치력회복, 경제비전, 호남폄훼 극복,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성공전략, 관광전남 구축 전략 등 ‘신선한 희망’을 기대했다. 그러나 경쟁적으로 내놓은 공천쇄신 약속은 일찌감치 공염불 됐고, 지역민 눈높이에 맞춰 쇄신하겠다던 약속도 공천권을 쥔 이들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
사실 지난해 호남에서 신당 바람이 불 때만 해도 지역민들은 지역 고질적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큰 정치인의 등장’을 원했다. 특히 지역 의원이 뭉쳐 ‘호남당’에 가까운 정치를 보인다면 현안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도 기대했다. 그러나 새 인물들 속에서도 ‘비전’‘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총선을 27일 남겨놓고 있다. 올해 광주·전남 총선은 야-야 대결로 가장 풍성한 토론과 경쟁, 각종 지역전략이 난무할 것이란 필자의 예측은 빗나갔다. 국민의당이나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공천 방식이 고루한데다 큰 물갈이 기대도 크게 반영되지 못해, 벌써 지역민들 사이에선 ‘혁신의 가면을 쓴 야합’ 얘기가 나온다.
누구든 정치는 해야 하지만 안 될 사람이 하고, 해야 할 사람이 뒤로 빼는 것이 우리네 정치 풍토이다 보니, 지역에서 오랫동안 당금질하며 내공을 길러온 실력가가 이번 선거에도 등판하지 못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적어도 기대를 모았던 국민의당이나 혁신을 바랬던 더불어민주당 모두 지역민의 ‘민의’를 갈파하지 못하고 인물 발탁에 게을렀다는 증거다. 한국인의 정치 불신 혹은 정치 혐오는 그 귀착점이 결국 ‘정치인의 품질’이라고 볼 때, 시간도 대안도 없어서 차악을 선택한 정당들은 다시 4년 후에 국민과 지역민의 심판을 다시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앞서 말한 대구 언론들의 ‘같은색의 경쟁력 상실’로 인한 ‘지역발전의 더딤’ 염려를 광주언론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4·13총선 출마자들이 되새기길 바란다. 지역민은 야-야 대결 구도가 형성되긴 했으나 두 당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총선 흥행은 글렀다.
이 시점에서 광주·전남 출마자들은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한 현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 깊은 경제침체의 늪에서 최악의 광주·전남 경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현란한 정치환경에서 호남정치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막가파식 패륜범죄가 판치는 지역사회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그리고 한반도의 갈등, 국제사회의 안보변화, 남북대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자기 스스로 이런 문제에 대한 소신 답안을 작성할 수 없다면, 남의 머리를 빌려야 할 처지라면, 정치, 접으시기 바란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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