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호남의 정의’를 생각한다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3월 23일(수) 20:01

광주매일신문은 현재 광주시의회 임시회를 광주매일TV를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22일 23일 실시한 의원들의 질문과 윤장현 시장을 비롯한 광주시청 국장들의 답변을 생중계를 통해 보면서 지방자치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24일 오늘도 광주매일TV는 광주시의회 회의실과 광주시민을 직접 연결하는 생중계를 할 예정이다.

필자는 22일 광주매일TV를 통해 유정심의원과 문화정책실장의 일문일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유정심의원은 주월초 녹색리모델링사업과 관련해 잘못을 지적하고 문화정책실장의 부적절한 답변을 꼬치꼬치 따진 후, 안일한 행정태도를 질타했다. 유정심의원은 해당 책임자의 무책임한 답변과 시민편에 서지 않은 행정관행을 명확히 짚었다.

명쾌한 지방의원의 활약을 광주매일TV를 통해 보면서, 4·13총선 출마자 중에 유정심의원처럼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갖춘 이가 몇이나 될까, 살펴보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올해 총선은 출마자의 실력을 따져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갯속이다. 정말 이상한 선거다. 정책과 담론이 실종된 채 새누리당에선 ‘진박’과 비박의 전쟁, 더불어민주당은 친노와 비노의 공천싸움, 제3당으로 호남정치 복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민의당은 공천개혁 하나 이루지 못해 ‘도로 민주당’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다들 정체성이 모호하다.

시선을 압축해서 광주·전남 총선으로 파고들어 살펴보면, 호남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국민의당의 역동성이 아쉽다. 호남에서만 경합을 하고 있을 뿐 영남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실망 그 자체다. 국민의당 존재가 더불어민주당과의 연관 속에서 의미를 가질 뿐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아 제3당으로서 미래 역시 암담하다.

이번에야말로 선거혁명을 모색했던 광주·전남은 이번 4·13 총선이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절망적이다. 국민의당광주시당 창당을 주도했던 조정관 전남대교수가 페이스북에서 ‘광주시민 여러분께 약속드렸던 정치개혁 공천개혁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 공동위원장직을 떠난다’고 밝힌 가슴 아픈 소회가 2016년 광주정치의 현실이다.

해서, 광주참여자치21이 성명서를 내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을 정치적 식민지로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광주시민을 우롱하는 오만한 정치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두 당 모두 광주시민을 겁박해 표를 갈취하려 할 뿐, 광주를 위한 어떠한 비전도 정책도 보여주고 있지 않다. 이런 세력에게 어찌 광주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경고했다. 동감한다.

이번 공천은 감동은 고사하고 불신과 걱정, 두려움만 안겨준 막장 드라마였다. 그래서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보나마나 기대가 컸던 국민의당은 호남을 중심으로 한 군소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호남 자민련’이 될 국민의당이 호남의 위기의식, 경제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2013년 서울 지방세 수입은 11조 경기도 6조 영남권이 8조6천억인데 비해 호남권은 2조4천억원에 불과하다. 2013년 기준 전국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에 광주전남 기업은 25개에 불과하고 100대기업에는 한곳도 없다. 영남은 100대 기업 10개 1000대 기업 177개가 있으며 충청권은 1000대기업 74개나 된다. 자영업자 문제는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숙제지만 광주지역의 경우 심각하다 못해 처참한 수준이다. 연 매출액 4800만원 이만 중소기업 직원 평균 급여보다 못한 매출액을 올리는 자영업자가 60%나 된다. 연 매출액 1천만원도 못되는 자영업자 비율도 23.8%나 된다. 이 정도면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광주 자영업자는 ‘기아선상’에 놓여있다. 정부가 호남을 생각할 때, 지역평등이 아니라 ‘지역균형’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다.

최근에 ‘호남과 친노’라는 책을 발간한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의 최대 미스터리 영남패권과 호남정치학살을 폭로한다’는 가제로 호남발전은 정치인들이 ‘정의’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남의 낙후문제는 경제산업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정확한 답을 찾기 어렵다. 다른 지방에서 흉악 범죄가 일어나면 그냥 그 사람 개인의 일탈로 보지만 호남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면 ‘역시 전라도 것들~’하는 논리구조가 강고하게 자리잡은 이 나라 아닌가. 어떤 선생님이 어떤 아이는 계속 격려하며 과외를 시켜 성공시키고 다른 아이는 실패할때까지 계속 괴롭히고 왕따 시켜 주저앉히는 것과 같다.

해서, 호남 경제환경이 적어도 충청·영남과 비슷해지기 위해서는 호남정치인들의 남다른 정치력이 요구된다. 호남이 이번 총선에서 독점정치를 깨고 경쟁정치를 도입해 ‘힘있는 정치인’을 발굴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수많은 밤낮을 보내며 호남인이 염원하고 바랐던 ‘선거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책 소신도 없이 탈당과 입당 번복, 이권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한 이번 선거에서 ‘새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정책도 정략도 보이지 않았다. 실세를 따라가는 비열함만 차고 넘쳤다. 진실과 정의가 실종돼 초심은 말 따로 행동 따로 립서비스에 그쳤다.

4·13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올해 총선판을 흔들었던 호남은, 다시 광주·전남·전북 출마자에게 엄중하게 묻는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호남혐오와 의사결정 구조에서의 배제, 경제적인 고립,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특히,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창당한 국민의당은 책임 있게 답하라. ‘호남 자민련’이라도 되려면, 호남의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어떻게 타파할 것인지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라.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