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낙 광주리 이고 개울을 건너가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174)

2016년 04월 04일(월) 19:09
田家(2) (전가)
연암 박지원

솔개가 병아리 채다 닭소리 시끄럽네
아낙네 광주리 이고 개울 물 건너는데
누렁이 벌거숭이에 졸랑졸랑 따라가네.

鳶蹴鷄兒攫不得 群鷄亂啼匏花籬
연축계아확부득 군계난제포화리
小婦戴棬疑渡溪 赤子黃犬相追隨
소부대권의도계 적자황견상추수

일꾼들이 논밭에서 일을 하면 아낙은 아침부터 점심 준비에 분주하다. 반찬을 준비하고 국을 끓여 새참이나 점심을 장만하여 식솔들의 구미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모이를 쫓던 닭들이 이리저리 다니며 병아리를 몰고 다니고, 돼지우리의 도야지 녀석은 어서 먹이 달라고 꿀꿀 서성인다. 처마밑 제비는 눈을 감고 무슨 수심에 잠겨있다. 박꽃 핀 울타리에 닭들 울음이 시끄럽고, 벌거숭이 개와 누렁이가 졸랑졸랑 따라가는구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젊은 아낙 광주리 이고, 개울을 건너가네(田家2)로 번역해본 율(律) 후구인 칠언율시다. 작가는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으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이다. 보천의 아우 양천에게 사마천의 ‘사기’를 비롯한 역사서적을 교훈 받아 문장 쓰는 법을 터득하고 많은 논설을 습작하였다. 처남 이재성과 평생 문우로 지내며 충실한 조언자가 되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솔개가 병아리를 채 가려다가 낚아채지 못하니 / 박꽃 핀 울타리에 닭들 울음이 시끄럽구나 // 젊은 아낙 광주리 이고, 개울을 건너는데 / 벌거숭이 개와 누렁이가 졸랑졸랑 따라가는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한가로운 농촌 집2]로 번역된다. 한가로운 농촌 풍경은 하늘을 빙빙 도는 솔개가 병아리를 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울타리 밖에서 닭들이 자기 새끼를 혹시 채가지 않을까 시끄럽게 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젊은 아낙이 새참을 머리에 이고 개울을 건너는 순간 개와 누렁이가 졸랑졸랑 그 뒤를 따르는 풍경이다.

전구에는 시인은 [늙은이 참새 지켜 남쪽 비탈에 앉았는데 / 개꼬리 수수 이삭에는 참새가 매달렸구나 // 장남과 차남이 모두 밭에 나가 있어 / 시골집 하루 종일 사립문이 닫혀 있구나]라는 밑그림을 그렸다.

시인은 솔개가 병아리를 채 가려다가 낚아채지 못하니, 박꽃 핀 울타리 밑에 놀고 있던 닭들의 울음이 시끄럽구나 라고 했다. 자기 자식을 아끼려는 모성애가 그대로 나타난 시상이다.

화자의 후정은 더욱 진하여 녹아내리며 멋진 그림 한 폭을 그려냈다. 젊은 아낙은 광주리 새참을 머리에 이고, 징검다리가 놓인 개울을 건너는데, 벌거숭이 노랑이와 누렁이가 졸랑졸랑 그 뒤를 따라가는구나 라는 시심을 발휘했다. 농촌의 진풍경치고는 너무 한가한 모습을 본다.

※한자와 어구

鳶蹴: 소리개가 (병아리를) 쫓다. 鷄兒: 병아리. 攫: 붙잡다. 不得: (붙잡지) 못하다. 群鷄: 여러 마리의 개. 亂啼: 시끄럽게 울다. 匏花: 박꽃. 籬: 울타리. // 小婦: 젊은 아낙. 疑: 웅시하다. 渡溪: 개울을 건너다. 赤子: 벌거숭이. 黃犬: 누렁이. 相追: 졸랑졸랑. 隨: 따르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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