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비 내리는 호남정치열차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4월 06일(수) 20:11

광주매일신문은 ‘창조클럽 아카데미’라는 1년 과정 공부 모임을 주선하고 있다. 올해로 3기째다. 5일 강연은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의 ‘후츠파 정신’이었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뻔뻔함 담대함 저돌성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강연을 들으러 온 한 원우가 필자에게 중앙지에 난 기사를 보여주며 한숨을 쉬었다. 기사 제목은 ‘부산판 판교를 만든다’였다. 내용인즉, 부산에 1조5200억을 들여 첨단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판교 테크노밸리(성남시 분당구)’같은 첨단 산업단지로 부산 해운대구 반여·반송동 일대 208만㎡(63만여평) 규모라고 한다. 이 산단엔 로봇·센서 등 융합 부품 소재, 마이스(MICE·국제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헬스(Bio-health), 영상·콘텐츠 관련 기업들과 R&D 센터, 창업 지원 센터, 기업 컨설팅 센터, 비즈니스 호텔, 특화 병원 등이 들어선다. 국내 도시 첨단 산단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부산판 판교’로 개발되면 부산의 새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부산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광주매일신문 창조클럽 아카데미’ 원우가 이 기사를 보여준 이유는 광주와 전남에 ‘부산 판교’같은 혁명적인 산업발전 전략이 필요한데 이번 4·13총선 지역공약이 너무 ‘찌질하다’는 한탄인 것 같다.

이번 4·13 총선에서 충청권은 세종시 국회분원 설치를 내세우고 있다. 총선을 기점으로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인정받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중요한 시기로 삼기 위해서다. 경상도에서는 남부권 신공항 문제가 20대 총선에서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광주·전남 총선 공약엔 지역을 획기적으로 바꿀만한 공약이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20대 총선이 6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지역 출마 후보들의 경제관련 공약은 재탕이나 짜맞추기가 많다. 중앙당이 내세운 프레임에 갇혀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광주공약으로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것은 지방선거 윤장현 광주시장의 공약이다. 국회의원들이 광주시장 공약을 대신 실현해주겠다는 것인지~. 최근 눈에 띄는 것은 더민주당의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유치’인데 삼성측에서 곧바로 ‘검토한바 없다’고 일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정치개혁과 호남정치 복원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올 4·13총선이었지만, 광주·전남의 미래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서, 앞서 말한 ‘광주매일신문 창조클럽 아카데미 윤종록 강연’에서 제시된 ‘4차 산업혁명’을 떠올려본다. 현재 지구촌 시가총액 10대 기업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엑손모빌과 제너럴모터스(GM) 등 과거 시총 상위 기업들은 철이나 원유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었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이들 ICT 기업은 사람의 상상력을 통해 거대한 혁신을 이루고,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생명력이 없는 제품에 SW파워, 즉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을 결합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윤종록 원장이 미래 먹거리는 4차산업혁명에 있다고 말할 때, 필자는 ‘부산 판교가 바로 그곳이구나’ 직감했다.

총선 국면에선 모든 이목이 정치권에 쏠리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새인물 새정치를 한다며 나온 양반들이 내세운 정책과 공약 중에 ‘부산 판교’ ‘4차산업혁명’같은, 광주·전남을 획기적으로 뒤흔들만한 야심만만한 경제담론이 없다는 것은 ‘호남정치의 미래’가 얼마나 암울할지 예견케한다. 주요 현안에 대한 당위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유동성이 높아진 총선 국면에 효과적으로 연동시켜 핵심 현안을 풀어 나가려는 지방자치단체도 총선 후보자들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 전략 역시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묻게 된다.

‘새전략’의 부재는 시간이 없어 차차 숙제로 남겨놓았다치자. 해묵은 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열 특단의 대책은 나와야 할 때다.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같은, 어떤 현안은 광주·전남의 현안이자 국가의 현안이다. 지역 현안이 갖는 지역적, 혹은 국가적 차원의 불가피성을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최근에 택시를 타고 총선 얘기를 꺼내자 한 기사는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고 ‘소꿉장난하냐’고 쏘아붙였다. 시민 의견을 전하자면, 황망하고 식상하기 짝이 없다,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사회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책없는 호언들로 가득하다, 이런 호언장담들은 지난 대선과 총선 때 똑같이 들었다,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아이들은 버려지고 부모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학생들은 희롱당하고 청년은 방향타를 잃었는데~.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한국은 지금까지 내가 말해온 위험사회보다 더 특별하고 심각한 위험사회다’라고 했다. 어쩌면 광주·전남은 지난 독점정치 시절을 너무 오래 살아서 지역경제의 심각한 위험을 못 느끼고 있는 것 아닐까? 어쩌면 우리지역 정치인들은 위험에 아주 잘 ‘적응’되었거나 권력욕에 마비돼 지역민의 처절한 삶을 못 보는 맹인이 된 것 아닐까? 아, 저 벚꽃은, 왜 그리도 탐스러운가~.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