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주의 반란, 그 변화의 바람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4월 13일(수) 20:26

2016 4·13총선,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선거의 막은 내렸으나 당선된 주인공들은 무대 뒤에서 또 다른 연극을 준비하며 막장드라마를 어떻게 쓸지 동분서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석고대죄’다. 전국 여기저기서 너나 나나 무릎 꿇고 표를 구걸하는 모습들을 연출했다. 특히 대구와 광주에서 벌어진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석고대죄는 한국정치사에 길이 남을 모습이다.

대구의 석고대죄 주인공은 새누리당 최경환 대구·경북권선대위원장이었다.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문화예술회관에서 새누리당 공천 파동 사죄와 대구 경제 발전 공약 약속을 다짐하면서 석고대죄 했다. 광주에서 석고대죄를 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문재인씨다. 철옹성같았던 광주의 지지가 예전같지 않자 5·18묘역 등에서 하루 종일 무릎을 꿇었다.

두 지역에서 일어난 석고대죄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구와 경북, 광주와 전남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 보장되는 곳이었다. 공천장이 곧 당선증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대구시민·광주시민은 잔뜩 화가 났다. 한 곳은 여당진원지이고 한곳은 야당핵심지여서 그 성격은 좀 다르나, 분노의 성격은 같다. 오래된 ‘패권공천’으로 유권자가 철저히 무시당했다는 것. 대구지역 신문들을 보면 이번 총선에서 대구의 거센 바람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평했다. 유승민 파동으로 인해 새누리당 공천방식에 대한 대구시민의 변화 바람이 거세져서 대구에서도 무소속이나 야당주자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생겼다는 것이다. 소위 지역주의에 기댄 패권정치 파괴, 대구의 작은 균열을 그 지역 언론은 혁명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구보다 먼저 ‘패권정치’ 타파를 외치며 독점정치 분쇄를 주장했던 광주는 국민의당 등장으로 더민주와 야-야 경쟁체제를 만든 것은 좋았지만, 더민주 현역의원이 국민의당으로 대거 당적을 옮겨 다시 당선되면서 새인물에 대한 시민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했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대구와 광주의 반란 성격은 다르다고 본다. 대구는 여-여 경쟁 체제를 만들진 못했지만 야권이나 무소속이 끼어들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반면 여권이 끼어들 여지없이 야-야 경쟁구도를 만들어 야당의 기득권만 콘크리트벽처럼 만든 광주의 반란은 미완이다. 다만, 오만한 독점권력에 대한 두 지역의 반란, 광주와 대구시민이 무서운 회초리를 든 것은 앞으로 한국정치 난맥을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듯 싶다.

필자는 30여년 언론 생활을 통해 수많은 선거를 봐 왔지만, 이번 선거가 최악이다. 선거구 획정도 하지 못하고 선거가 시작되었으며, 이슈가 무엇인지 모른 채 투표를 강요했다. 정당의 공천과 집안싸움에 매몰돼 시끄러우면서 내용이 빈 깡통선거였다. 표를 구걸하기 위해 가짜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 했으나 진심이 통하지 않은 쇼 정치였다. 정치와 선거의 본질은 사라졌고 오직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몸부림쳤다.

플라톤이 말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 그러나 패권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에선 정치에 관심을 가져도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어서, 정치에 적극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표를 해본들 크게 달라질 게 없다. 더욱이 호남은 이번 4·13총선을 정치개혁의 중요한 타이밍으로 보고 다당구조를 통해 한국정치판을 한껏 흔들어보고 싶었지만, 실질적인 야당의 체질 개선을 시키지 못했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 차선이 없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며 투표 독려를 해보았지만, 차악이라도 뽑으면 ‘희망이 생기느냐’고 반문 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았다.

자, 이제 총선이 끝났으니 14일부터는 곧 2017년 대선 이야기를 할 것이다. 호남정치열차는 2017년 12월이란 대선 시간표에 맞춰 손익 계산을 할 것이다. 곧 대통령선거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요동칠 정당은 국민의당이다. 호남자민련이라며 탄생한 국민의당이 제 역할을 못할 경우 호남 민심은 곧바로 심판을 할 것이고, 야권의 재편, 대선 주자에 따른 재재편이 속도감있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또다시 ‘정치 개혁’이나 ‘새로운 정치’ 얘기가 주어가 되고 마땅한 대통령감이 없는 호남에선 미래 대한민국을 끌고 갈 미래권력 창출을 암중모색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4·13선거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 이후가 더 걱정이다. ‘일자리 창출’을 외쳤던 호남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일자리 한 개 만들지 못하고 다시 대선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댈 것이기 때문이다. 무릎을 꿇고,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고개를 조아렸던 이들도 다시 뻣뻣이 고개를 들고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될 것이다.

자, 그러면, 호남정치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국민의당은 호남정치를 복원시킬 능력이 있는가. 탈권위·소통·참여라는 정치적 가치를 동력으로 유인하지 못하고 개혁정당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의당과 호남정치사상은 접목될 수 없다. 호남의 변화바람을 타고 어부지리로 당선된 국민의당 의원들이 계속 정치를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비즈니스로’로만 활용한다면, 국민의당은 호남을 대변하는 당이 될 수 없다.

총선이후가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명운은 총선이후 정치변화에 달려있다. 호남인은 그 변화를 주시할 것이다./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