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해야 대책 세우나 유대용 사회부 기자

2016년 04월 18일(월) 19:29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난해부터 4월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생활 곳곳에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월호 주기가 다가올 때서야 형식적인 대책을 발표하는데만 급급한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7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연안여객선 안전대책’이란 것을 내놨지만 이는 기존에 발표한 혁신 대책과 크게 다른 내용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세월호 참사에서처럼 사고가 발생해야 관련제도를 정비하는 현 세태다.

길을 걷거나 운전을 하다보면 안전불감증, 즉 안전에 대해 감각이 둔해지거나 법규가 닿지 못한 안전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의외로’ 쉽게 보인다.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도로와 인도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전동휠이나 인구가 밀집한 공원 위를 떠다니는 드론을 보며 아찔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들 기기는 규제가 산업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예다. 이륜차에도 자전거에도 포함되지 않는 전동휠은 인도나 자전거도로로 주행하거나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 받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구매자들은 관련법을 잘 모를 뿐더러 단속도 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드론 비행도 마찬가지다. 항공법에 따르면 광주시 전체 면적 501.17㎢ 중 절반에 가까운 장소가 금지구역이지만 주말을 이용해 공원 등 인구밀집지역에서 드론을 띄우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직까지 드론이나 전동휠 등에 관한 피해사례가 없는 것은 다행이나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된 이 문제에 대해 당국의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허겁지겁 대책을 마련할 것 같다. 규제 마련의 조건으로 사고가 발생해야하는 모순된 상황이다. 지난 16일 진도 팽목항으로 취재를 가는 중에도 보호장비 없이 도로를 달리는 전동휠 이용자를 볼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주기이자 ‘국민안전의 날’까지도 희생자 가족의 눈물과 안전불감증은 공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