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적 상상력 원천 ‘고향 바다’ 친자연적 삶 고수 [토크&대담]소설가 한승원을 만나다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 |
| 2016년 04월 26일(화) 1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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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박준수 기획관리실장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을 출간한 소설가 한승원씨는 26일 광주매일TV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광주매일신문과 광주매일TV는 문단의 거장인 소설가 한승원 씨를 초청, 문학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대담 진행은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기획실장이 맡았다.
한 작가는 장흥 출신으로 서울 생활을 마치고 장흥에 있는 해산토굴에서 지내고 있다. 그 세월이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항상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지향해 온 작가는 20여년 간 토굴에서 지내며 농촌 사회의 변화상을 누구보다도 깊이 경험하고 느껴왔다.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대도시나 중소도시는 물론이고 농촌 사람들도 점점 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전통 사회가 가졌던 이웃과 맺은 끈끈한 정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함께하는 삶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말이죠.”
친자연적인 삶을 고수하면서 바닷가 인근에서 기거하고 있는 한 작가는 어느덧 문단에 데뷔한 지 반백년이 됐다. 장흥에서의 삶을 유지하며 고향의 역사적 현실과 숙명에 천착한 문학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제게 ‘한(恨)’의 세계를 천착한 작가라고 하는데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저는 그 한이라는 말을 생명력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온갖 생명력이 꿈틀대는 작품을 추구하기 때문이죠.”
또 한 작가는 문학적 상상력을 길어내는 원천이 무언가 하는 질문에 대해 망설임 없이 ‘바다’라고 답했다.
“바다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인간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우주의 뿌리이자, 모든 사람들의 삶을 이룩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자연적인 삶을 지향하는 저로써, 어머니는 모든 힘의 원천이자 제 문학적 상상력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한 작가는 곧 여든을 앞두고 있지만, 펜을 놓지 않고 고향에서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에 임하고 있다. 한국 문단의 거목으로서 책과 문학을 점점 멀리하는 현대 세대에 대해 아쉬운 마음도 전했다.
“요즘 사람들이 너무 기계적이고 사무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이런 모습은 정말 자연의 품에서 멀어지는 삶으로만 보여요. 종이책을 읽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먼저 찾아보는 것이 버릇이 됐잖아요. 스스로가 인간적인 삶과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가장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야 할 것인데 말이죠.”
추사 김정희, 국창 임방울, 녹두장군 전봉준 등 다수의 역사적 인물을 문학작품으로 재조명한 작가도 바로 한 작가다. 작가는 역사적인 인물과 사실을 토대로 허구를 가미한 소설을 써 왔다.
“작가가 역사 인물 중 한 명을 끌어와서 문학작품으로 조명하는 것은 항상 당위성이 있어야 해요. 어떤 인물을 끌어와서 소설로 쓸 때는 그 역사적 인물이 현대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닌 인물인가를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당위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전봉준 같은 경우도 그래요. 동학농민운동을 이끌면서 이 세상을 바꾸려 하는 의지를 표명한 사람이었잖아요. 한 사람의 지도자로서 살아가면서 얼마나 외로웠을지, 그가 느꼈던 절대고독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이 시대를 깨우치게 하고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모든 움직임들이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쓴 것이죠.”
그런가하면 최근 작가는 매우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작가의 딸인 소설가 한강이 쓴 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 한강 작가는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딸의 작품이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같은 영예로운 소식에 대해 한 작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딸이 정말 대견스럽고 기쁘죠. 상을 꼭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버지로서 매우 장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작가는 앞으로 이어 갈 작품활동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제 인생의 마지막이 될 작품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어머니의 삶’을 소재로 장편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인간이 자비롭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큰 사람이죠. 우주의 뿌리인 어머니의 삶을 증명해 보이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글=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