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수 국가 보조금도 ‘눈먼 돈’ 광주경찰청, 50억 편취 주지·공무원·업자 등 49명 입건 공사 수익률 50% 달해 업체 자부담금 대납 약속 유혹 보조금 지급 시스템·구조 취약 재정 낭비 개선책 시급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6년 05월 02일(월) 20:10

문화재 보수를 명목으로 50억원에 달하는 국가보조금을 편취한 문화재 수리업체와 사찰 관계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문화재 보수 공사는 50%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 때문에 시공업체가 자부담금 대납을 약속하며 공사 수주를 유혹할 수 있는 구조가 조성돼 있어 관련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문화재 보수 공사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문화재 수리업체 대표 A(51)씨, 전남 모 사찰 주지 7명, 공무원, 문화재보수기술 관련 면허를 불법으로 대여한 39명 등 총 4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200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5차례에 걸쳐 6개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5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문화재 보수 공사시 50%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 때문에 사찰에 접근, 사찰의 부담 금액을 대납해주는 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했다.

사찰 측은 경제적 부담 없이 시설을 정비할 수 있어 이들과 결탁했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보수공사가 진행돼 국비가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업체 자격 서류, 자부담금 확약서를 갖추고 공사비를 실제보다 부풀려 지자체에 보조금 교부 신청을 했다.

그리고 담당 공무원은 이들 서류와 자부담 내용을 형식적으로 확인하고 보조금을 집행했다. 결국 돈의 출처를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고 자부담금 대납이 너무 쉬워 범죄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문화재 관련 공사의 경우 면허가 있는 일부 업체가 설계와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들의 범행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 관련 공사는 ‘전문성’으로 인해 자격 면허가 인정된 몇몇 업체가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비리의 관행화와 관련자 간 결탁이 용이한 특성을 갖고 있다. 업자는 자부담만큼의 이익을 남기기 위해 부실자재를 사용했고 자격증만 빌려주고 무자격자가 시공하도록 하면서 부실공사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보조금 지급이 문화재 보수와 관리의 필요성이 아닌 건축업자의 공사 수요 창출을 위한 방편으로 악용되면서 불필요한 공사가 진행됐다.

광주경찰청 이재현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문화재 공사는 민간보조사업으로 지정돼 보조사업자(사찰)가 공사 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폐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수사에서 드러난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관계당국과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