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임시공휴일’ 지정인가 김혜수 경제부 기자

2016년 05월 03일(화) 19:11

바야흐로 5월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는 달이어서 가정의 달이라고도 한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가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황금연휴가 완성됐다. 이에 정부는 나흘간의 연휴로 소비촉진과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유통업계 및 기업들은 내수 진작 효과를 위해 각종 할인 행사와 이벤트를 통해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발표 탓이었을까.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임시공휴일에 쉬지 않으며, 그 대상자 또한 경제적 약자가 대부분이었다.

3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조합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쉬지 못하는 조합원이 133명에 달했다. 이 중 절반가량인 66명(49.6%)이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 상 휴일이 아니라서’, 38명(28.6%)이 ‘임시공휴일을 너무 급작스럽게 발표해서’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운수업(30.4%)과 의료부문(50%)이 임시공휴일에 쉬는 비율이 절반 이하에 그쳤고 서비스·유통 종사자도 61.3%로 평균보다 낮았다.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 관공서와 공공기관 및 학교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쉴 수 있지만 사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등은 자체적으로 휴무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시공휴일 지정에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누구를 위한 휴일인가’라는 푸념을 내뱉고 있다. ‘남들 다 쉴 때 쉬지 못 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맞벌이 근로자들 역시 갑작스러운 휴무에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곤란한 경우도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촉박하게 지정하지 않고 체계적인 준비 하에 시행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임시공휴일 지정은 내수 증진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결국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임금이 늘어야하는데 임금은 늘 제자리걸음인데 쉬게 해줄 테니, 돈을 쓰라고만 하는 정부의 모습이 달갑지는 않다. 내수가 안 좋은 이유가 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고 더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