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 축제에 1년간 600억 혈세 투입 [지역마케팅의 힘]<2>우후죽순 난립 지역축제 한계 ‘킬러콘텐츠’ 실종…사실상 ‘먹고 노는’ 행사 전락 新콘텐츠 개발·타깃 설정 기반 마케팅 전략 절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6년 05월 09일(월) 20:17

광주·전남에서는 1년 내내 지역축제가 이어진다. 비슷한 형식, 유사한 주제의 축제가 넘쳐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매년 600억원이 넘는 혈세를 축제 개최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축제 개최 효과는 ‘글쎄요’다. 대부분 축제가 축제 개최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다. 지역마케팅으로 연결하는 축제 후속 조치가 없다는 이야기다. 사진은 역사적 상징성, 지역적 특성을 잘 담아내 대표적 지역마케팅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전남도의 명량대첩축제 모습./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지역축제 홍수다. 광주·전남 곳곳에서 거의 매주 다양한 형태의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봄이면 꽃을 주제로 한 축제가 선보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바다를 매개 삼아 관광객을 공략한다. 가을 역시 단풍·갈대·억새 등 각종 축제가 쏟아진다. 겨울엔 해넘이와 해맞이 축제가 기다린다. 눈에 띄는 무엇인가 하나라도 있으면 지역축제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전남 지역축제 중 타 축제와 차별화되는 ‘킬러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축제의 모습. 사진 위부터 광주충장축제, 함평나비대축제, 광주물총축제./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단체장 치적 홍보 수단 전락

지역축제가 왜 이렇게 난립했을까? 시기적으로 지방자치 부활 이후 지역축제가 폭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지방자치시대가 개막한 1995년 이후 시작된 지역축제는 700개가 넘는다. 광주·전남 역시 이 같은 범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지자체가 앞다퉈 축제를 여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발전과 함께 이미지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민선 단체장 홍보용, 치적 과시용으로 지역축제가 태동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축제는 기본적으로 먹고 노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판’을 벌여 놓으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역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판단 기준은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렸느냐다. 자치단체는 지역축제가 끝난 직후 으레껏 ‘몇 만명의 관광객이 몰려 막대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거뒀다’는 보도자료를 쏟아낸다.

재미있는 것은 지역축제 개막식의 핵심 프로그램이 지역민 중심이 아닌, 초청가수 공연이라는 점이다. 초청가수의 공연이 끝나면 단체장이 무대에 오른다. 한껏 흥이 오른 주민들은 단체장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정치인’인 단체장 입장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축제를 마다하기 힘들다. 특히 축제가 ‘대박’을 쳤다면 이보다 더 좋은 홍보 수단은 없는 셈이다.

◇막대한 비용은 주민 세금으로 충당

올해 전남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는 46개다. 월별로는 3월 2개, 4월 6개, 5월 9개, 6월 1개, 7월 3개, 8월 5개, 9월 3개, 10월 15개, 11월 1개, 12월 1개 등이다. 이는 전남도 관리 축제 기준으로 22개 시·군의 마을 단위 소규모 축제까지 합하면 사실상 거의 매주 축제가 이어진다.

실제 문화관광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천200개가 넘는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문제는 지역축제 비용을 대부분 시·군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연간 축제에 투입하는 예산은 총 3천275억원 규모다. 광주·전남 축제에만 600억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갔다. 이는 순수 지자체 부담 경비다. 민간단체에 경상보조하는 예산을 합하면 그 액수는 급증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인 전남 지자체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경쟁적으로 지역축제를 개최하면서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힘든 상황이다.

◇‘킬러콘텐츠’ 없는 ‘그 나물에 그 밥’

우후죽순 난립한 지역축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한 필수 조건은 무엇보다 ‘킬러콘텐츠’다. 타 지역과 차별화된 아이템 없이는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전남지역의 경우 안타깝게도 극히 소수의 축제를 제외하면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장소만 다를 뿐, 축제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와 달리 확고한 ‘킬러콘텐츠’를 통해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축제도 있다. 강진청자축제와 정남진장흥물축제, 함평나비대축제, 진도 신비의바닷길 축제다.

매년 여름 휴가철인 7월말-8월초 열리는 강진청자축제는 한·중·일 도자문화축제를 동시 추진해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가수 초청보다 고려왕실 퍼레이드 등 주민들이 동참해 축제를 가꿔나가는 주민참여형 축제로 자리잡은 것도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정남진장흥물축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여름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메인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물싸움’이다. 관광객들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전국 최고 축제 중 하나인 함평나비대축제 역시 전국 어디에도 없는 나비를 주제로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외국인 참여도가 높은 진도 신비의바닷길 축제는 새벽 횃불 퍼레이드, 뽕할머니 가족 대행진, 글로벌존 등 대형 프로그램을 새롭게 개발하는 등 콘텐츠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마케팅 접목 경쟁력 키워야

지역축제가 변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 변화의 단초를 지역마케팅에서 찾아야 한다.

단순히 포장만 잘 하는 의미의 마케팅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시작으로 명확한 타깃 설정, 차별성 확보 등 마케팅 전략 접목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지역축제는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지역주민의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다시 말해 지역의 정체성과 지역민의 일체성을 실현하기 위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 많은 아이디어를 발굴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 과정 역시 지역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적인 예가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지역축제의 목표는 지역의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길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축제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상품 가치 상승 및 판매 등 축제 후속 작업까지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이건철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광주·전남지역 축제의 문제는 후속 조치가 하나도 없이 축제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역마케팅 측면에서 축제가 변하려면 민간에서 축제를 주도하고 주민 참여의식을 높이는 게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축제는 과감히 폐지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라며 “그런 기준과 원칙을 세우면 지역축제는 자생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지역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