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사적지 체계적 관리 필요하다 오경은 사회부 차장대우

2016년 05월 10일(화) 20:15

최근 퇴근길 광주공원을 지나다 보니 평소엔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기념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바로 5·18 사적비였다. 이곳이 5·18 사적지였다니. 그동안 매일 지나던 길이었는데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사실 사적비도 눈에 띄지 않을 뿐 더러 사적비 표지석만 쓸쓸히 남아있었던 터라 설마 사적지 일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곳 광주공원 광장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편성지였다고 한다. 시민군을 편성하고 사격훈련을 실시했던 곳이다. 1998년 제20호 5·18 사적지로 지정됐다.

5·18 36주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공원처럼 광주시내에는 5·18당시 계엄군에 맞서 민주화와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던 시민의 함성을 기록한 역사적 현장 27곳이 ‘5·18 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이들 사적지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산 교육장 역할과 함께 민주·평화·인권 도시로써 광주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지정됐다.

대부분의 사적은 광주시와 5·18단체, 시민의 노력으로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으나 일부는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거나 사적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가장 대표적인 5·18사적지인 옛 도청과 5·18민주광장 일원은 1998년 1월12일 사적지 5호로 지정됐다. 시민군 본부이자 최후 항전지인 옛 도청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5·18민주평화교류원으로 리모델링을 마쳤지만 개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물 원형 보존 여부를 두고 마찰을 빚으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등 당초 목표로 했던 다음달 개관도 어렵게 됐다.

이 뿐 만아니라 5·18사적지 중 일부도 ‘사적지 지정’이라는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재정 등 지원책이 미비해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지원 및 사적지에 대한 재산권 제한 등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사적지에 대한 관리 미흡이 자라나는 차세대의 역사인식 부재로 이어질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