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분열 조장한 정부 ‘님 행진곡’ 제창 거부

2016년 05월 17일(화) 19:03

올해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되지 못한다. 국가보훈처가 모두 함께 부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 합창단의 노래를 따라 부르도록 하는 합창방식을 고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유는 참석자의 자율의지를 존중한다는 취지지만 옹색하기 그지없다. 특히 지난 13일 박대통령이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 회동에서 “국론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좋은 방법을 찾도록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말한 후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박대통령의 ‘국론 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좋은 방법’이란 결국 보훈처를 통해 기존입장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이 주장해 온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공식 기념곡 지정에 대해 정부는 처음부터 협조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셈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저에는 수구보수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님을 위한 행진곡’에 종북색깔을 입혀 5·18의 대의를 지우려는 퇴행적 역사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1997년 5·18이 정부기념일이 된 이후 줄곧 참석자가 다 함께 부르는 제창곡이었다. 지난 2009년 보수단체가 이념적 성격이 배어 있는 노래를 다같이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합창곡으로 바뀌었다. 2009년 이후 8년 동안 기념식에서 제창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4·13총선이후 바뀐 여소야대 정국에서 변화의 바람을 기대했지만 박대통령의 ‘오만’과 ‘불통’ 이미지는 여전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5·18은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쟁취하는 데 동력이 된 역사적 사건이다. 국가적 기념일로 제정된 것은 정파적 입장을 떠나 역사적 의미에 모두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이토록 모진 수난을 당하며, 5·18 광주가 왜곡당하고 있는 것은 수구보수세력의 ‘종북’ 악선동과 남북대결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찬가라는 주장도 매한가지로 황당한 왜곡이다. 언제까지 정부는 수구보수세력의 주장에 동조해 ‘님 행진곡’을 거부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