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장미’의 꿈 진호림 |
| 2016년 05월 18일(수) 18: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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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5월에서 6월 사이 장미와 관련한 축제가 특히 많다. 당장 가까운 조선대학교 장미원에 가면 앞 다퉈 꽃망울을 터트리는 형형색색의 장미가 우리를 반긴다. 8천여㎡ 규모의 장미원에는 227종 1만 7,994그루의 장미가 심어져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고 추억을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조선대 장미축제는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발품을 팔아 곡성군 섬진강기차마을에 가면 더 많은 장미를 만날 수 있다. 4만㎡ 규모의 너른 공간에서 자라고 있는 장미는 자그마치 3만 8,000그루. 품종만도 1,004종에 달해 이름도 천사장미공원이다. 규모면에서 단연 우리나라 으뜸이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장미들이 개화시기에 따라 찾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으며, 관광수입 또한 짭짤해 지역사회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섬진강변에서 열리는 세계장미축제는 6회째로 20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인간이 장미를 재배한 것은 기원전 3000년경으로 추정된다. 멀리 중동지역에서 다마스크 장미가 관상용으로 재배되었으며, 기원전 1600년경 지중해 크레타 섬에 건설된 크노소스 궁전의 벽화에서는 정교하게 그려진 장미 그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인간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장미는 알려진 품종만도 2만 5,000여 종이나 된다. 세계 장미 시장은 약 2조원 규모로 높은 상업성 탓에 육종개발 또한 활발해 매년 100개가 넘는 새로운 품종이 발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미의 품종개발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50종의 장미 품종을 자체 개발해 국내외에 보급하고 있으며, 전남농업기술원도 2014년 탑핑크, 하이트쥬얼리, 예그리나 등 6개 품종의 장미를 개발해 해외 시장개척에 나선데 이어 올해도 그랜드마치, 프린스가든 등 2개 품종의 정원용 장미를 개발해 품종보호출원을 준비 중이다.
장미는 세계 화훼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인기만큼이나 다양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 빨간 장미는 열렬한 사랑을, 하얀 장미는 순결과 청순함을, 노란 장미는 우정과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등 색깔에 따른 꽃말이 다양하다. 그러나 장미 가운데 유독 파란색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장미에는 안타깝게도 파란색을 내는 색소(델피니딘)가 없다. 장미는 유전학적으로 붉은색, 흰색, 분홍색, 노란색 등은 가질 수 있지만 파란색으로는 꽃을 피울 수가 없다. 희망과 도전을 상징하는 ‘파란색’의 의미와 달리 파란장미의 꽃말이 ‘불가능’ ‘이룰 수 없는 꿈’이라니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파란장미를 개발하는 일은 일종의 꿈을 향한 도전이었으며, 그 성과는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으로 평가되어 왔다. 과연 파란 장미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2004년 일본의 산토리사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 배합 기술을 이용한 파란색 장미 ‘블루로즈’를 선보였다. 이어 2006년 영국의 데이빗오스틴사는 햄튼코트플라워쇼에서 육종개발을 통해 만들어 낸 파란색 장미 ‘랩소디 인 블루’를 선 보였다. 이들 파란장미는 보라 빛이 강해 완전한 파랑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전 세계 플로리스트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고 있다. 그동안 파란장미의 부정적인 꽃말도 ‘기적’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 ‘이루어짐’ 등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일본 산토리사의 ‘블루로즈’는 유전자 변형 방식을 택해 아직은 국내 수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영국 데이빗오스틴사의 ‘랩소디 인 블루’는 광주의 한 종묘사가 수입, 재배에 성공 했다. 파란장미의 보급이 멀지 않아 보인다. 조선대 장미원이나 곡성기차마을 천사장미공원에 가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파란색을 내려고 애쓴 장미들을 만날 수 있다.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겼던 파란장미의 개발이 기적을 만들어 가듯이, 계절의 여왕 5월에 활짝 핀 장미꽃의 향연과 더불어 우리가 소망하는 일들도 많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