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5월, 한심한 정부의 역사인식

2016년 05월 19일(목) 19:00

결국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파행으로 끝났다. 국민통합을 외쳤던 정부는 국론분열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식장에서 쫓겨나다시피 해 자리를 떠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기념식은 정부를 위한 행사”라는 발언을 해 반발을 샀다. 5월 항쟁에 대한 편협한 역사인식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못하게 하는 정부, 노래도 마음껏 못 부르게 하는 정부다.

이날 기념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 중 하나는 박 처장이었고, 기념식 참석 여부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흘렀다.

당연히 예상됐듯 유족들의 강력한 반발로 들어서지 못했다. 행사장 1열에 마련된 좌석에 앉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 것이다. 박 처장은 5분여간 입장을 설명한 뒤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여기서 그는 “(제창 불허 결정은) 어느 개인이 독단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며 “저를 (참석) 못하게 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결정권이 청와대에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결정권은 보훈처나 청와대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 노래에 대한 제창 금지 재검토 지시가 있었느냐’에 대해선 “그랬다. 지시 들은 바 없다는 이야기 한 적 없다”고 답했다. 다만, ‘대통령과 (직접) 소통했느냐’고 묻자 침묵했다.

박 처장은 “많은 국민들의 찬성, 반대가 있기에 국민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국민통합만 부르짖었다.

연장선에서 보훈처가 초청한 보훈단체들은 ‘님 행진곡’ 합창 순서에서 일제히 식장을 빠져 나갔고, 정부 대표로 참여한 황교안 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박 처장의 아전인수격 유감 표명이나, 정부 측의 뒷짐진 태도에 유족과 시민들은 또다시 무너져야 했다. 36년째지만 5·18은, 광주는 여전히 거대한 콘크리트 벽에 갇혀있는 듯한 인상이 짙다. 정부가 5·18을 팽개쳐 두고 국민통합을 외치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지 하루라도 빨리 깨닫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