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전세자금 대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2016년 05월 22일(일) 18:27

정부가 서민들의 전세난 해소를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는 서민전세자금이 ‘눈 먼 돈’으로 전락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허술한 대출 심사를 틈타 조직폭력배들이 각종 서류를 위조해 수십억 원의 서민전세자금을 대출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본보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세 계약서를 위조해 거액의 서민전세자금을 대출받아 가로챈 광주지역 조직폭력배 21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모집책, 대출 명의자 등 36명은 불구속 입건했으며 달아난 4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라고 한다.

이들은 2014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광주·천안·수원 일대에 사무실을 차리고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 대출신청자가 주택소유자와 전세 계약한 것처럼 속여 금융기관으로부터 34회에 걸쳐 36억여 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출자격이나 상환능력이 없는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집한 후, 대출조건을 맞추고자 버젓이 유령회사까지 설립하고 재직증명서와 입·출금 금융거래내역 등을 위조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서민들이 대출을 받는데 있어 절차 등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원성을 듣고 있는 금융기관이 조직폭력배들에게는 왜 관대했는지 선뜩 이해가 가질 않는 대목이다.

서민전세자금 대출은 집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 정부가 보증을 서주는 제도로 정부출연금으로 마련된 국민주택기금과 은행자금을 전세자금으로 대출해 주고, 주택금융공사가 대출금의 90%를 보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출금을 내준 은행은 임차인이 돈을 갚지 않아도 주택금융공사 보증으로 많아야 10%만 손해를 보기 때문에 대출 심사가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만약 사기를 당하더라고 든든한 보증인인 정부가 턱하니 버티고 있다는 생각에 금융기관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승낙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정부 기금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떠넘겨진 셈이다. 이에 다시는 서민전세자금 대출이 사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정부는 각별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