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불안한 사회 사라져야

2016년 05월 23일(월) 19:03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위한 추모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추모행렬은 서울 강남역 일원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광주와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도심 문화전당역 버스정류장 옆 광주사랑방 조형물을 중심으로 벽면에 500여개의 메모지와 함께 희생자를 상징하는 리본이 빼곡히 붙었다. 학생, 주부, 직장인 등 지나가던 여성들은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메모지에 글을 적어 붙였다.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메모지와 리본이 붙은 곳 옆 계단에는 피해자를 애도하는 꽃도 쌓였다.

메모지에는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세요’, ‘그곳에서는 자유롭기를’ 등 애도에서부터 ‘나는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았다’, ‘언제까지 여자가 조심해야 하는가’라는 분노의 글도 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보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도 여성 대상 범죄를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성들이 분개하고 한마음으로 추모하는 것은 이 같은 불상사의 대상이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즉 ‘나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묻지마 범죄’는 수시로 발생하면서 이제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아무 이유 없이 범죄의 표적인 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물론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거나 한 순간의 분노를 범죄로 표출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정부와 자치단체 시민들의 몫이다. 우선 묻지마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정신질환 환자는 국가가 나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범죄를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짜야 한다.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여성이나 어린이 노약자에게 불안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