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지방의회 원구성 내부 지침이라니

2016년 05월 24일(화) 18:59

지난 4·13총선에서 야권의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하반기 지방의회 의장단 원 구성을 놓고 내부지침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1당 독점체제에 안주해 공천만 되면 그만이다는 의정활동을 해 온 더민주 소속 국회의원들이 탈당하거나 낙선된 상황에서 지역구 관리를 위해 지방의원을 묶어두려는 꼼수로 읽혀진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금까지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수족노릇을 하며 갑을관계로 지역구 관리를 대신 해 온 게 사실이다. 중앙당의 지침을 통해서라도 국회의원 없는 선거구를 지방의원을 통해 관리하려는 속셈이다.

지난 23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더민주 중앙당은 최근 총무본부장 명의로 ‘광역·기초 의회 (부)의장 선출에 관한 지침’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국 시·도당 위원장과 지역위원장에게 보냈다. 공문에서 중앙당은 ‘준수사항’이라며 기초의회는 지역위원장, 광역의회는 시·도당 위원장 참관 아래 의장 후보를 선출하도록 했다. 또 금품·향응 제공, 다른 정당과의 야합이 없도록 관리·감독하고 사전 선출된 당 후보가 선임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지방의회 선거 특성상 당적 외에 후보 간 친소관계, 인맥, 선거구 등의 요소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당 소속 지방의원 내부 단속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지방의회 원구성 때마다 비슷한 지침이 중앙당에서 내려왔지만 1당 독점구도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4·13총선 후 지방의원 원구성은 맹주가 기존 더민주에서 국민의당으로 바뀜에 따라 복잡해졌다. 내년 대선과 그 다음해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지방의회의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더민주 중앙당의 내무 단속 지침은 다분히 총선 참패에 따른 지방조직 붕괴 우려에 대한 다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은 그동안 1당 독점시기에 야권의 텃밭이라며 기득권에 안주하며 서로 자리 나눠먹기의 관행을 되풀이 해왔다. 이젠 국민의 당과의 경쟁체제를 맞아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방의회 발전을 위한 의장단 구성에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내부 단속 지침으로 지방의회를 장악하려는 꼼수보다 지역민과 지방의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상생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