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사회가 화순군수를 주목하는 이유 이정록 |
| 2016년 05월 24일(화) 1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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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은 전남 17개 군 중에서 군세(郡勢)로 보면 부동의 1위다. 무안군이 남악 신도시 영향으로 인구는 1위를 차지했지만 군세는 해남에 한참 뒤진다. 도청이 남악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해남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남 ‘제1군(郡)’이었다. 인구 1위 자리를 무안에 뺏기고 군세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3연속’ 군수의 구속은 군민의 자존심을 많이 상하게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구속되기에 안성맞춤인 후보자를 군수로 뽑은 군민 스스로를 탓해야 한다. 2007년 이후 해남에서 벌어진 ‘군수 잔혹사’를 보면 지방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해남은 민선 1기 이후 지금까지 5명의 군수를 배출하고 있다. 5명은 타 시·군에 비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 단임(單任) 군수를 가정해 보면 6명에 오히려 1명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창일 군수(민선 1기)와 민화식 군수(민선 2기와 민선 3기 1년 11개월)를 제외한 후임 군수 모두가 구속됐다는 점이다. 이번 구속된 박철환 군수의 전임자인 김충식 전 군수는 2010년 공사 관련 수뢰 혐의로 구속돼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김충식 전 군수의 전임자였던 박희현 전 군수도 인사 청탁 수뢰 혐의로 2007년 구속됐다. 진기록인 셈이다.
해남 군수의 구속으로 화순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해남은 화순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민선 3기(2002년)를 기준으로 두 지역을 비교하면 이렇다. 현재까지 해남군수는 3명 째이지만 화순군수는 6명 째다. 중도 하차한 군수는 해남이 3명, 화순이 4명이었다. 중도에 낙마한 화순군수들은 부인과 동생을 군수로 등극시켰다. 그 결과 ‘부부 군수’ ‘형제 군수’의 고장이라는 오명(汚名)을 전국에 날렸다. 똑같이 낙마한 형제 군수 2명은 ‘역시 형제는 달라’라는 사실까지 확인시켰다. 그런 면에서 해남은 화순에 게임이 되지 않는다. 군수 잔혹사에선 화순이 해남보다 확실히 뛰어난 고수(高手)였다.
그렇다면 화순은 군수 잔혹사를 이어갈까? 대답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재작년 치러진 민선 6기 군수 선거 결과가 구체적인 증거다. 화순군민은 부부 군수와 형제 군수로 대변되는 당사자가 아닌 지금의 구충곤 군수를 선택했다. 탄탄한 조직력과 고정표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전직 군수들을 낙마시켰다. 군민들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집안싸움의 맥(脈)을 끊고, 군수 잔혹사를 더는 재연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이런 지역사회 분위기 때문에 화순은 군수 잔혹사를 폐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유는 또 있다. 군수 선거로 복마전이 됐던 화순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구 군수의 결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 5월 22일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인사들을 이번 기회에 전량 폐기처분해야 한다. 그래야 화순군수 잔혹사가 종식되고 화순의 실추된 명예도 회복될 것이다.” 정확한 진단이었다. 구 군수의 등장은 그런 결기를 군민들이 높이 샀다는 증표다. 정치판에서 산전수전을 경험한 구 군수가 있어서 화순에 붙은 불명예의 훈장이 곧 떼어질 모양새다.
그런 전망을 가능케 하는 징후는 더 있다. 지난 선거에서 각축을 벌였던 경쟁자의 부인이자 전직 군수였던 사람을 종합문화센터장에 임용했다는 사실이다. 무척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을 터이다. 그래서 군민들은 구 군수의 통근 결단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불행했던 지역의 정치 구도를 바꾸고 포용·화합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신(新)화순 선언’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화순 군수 잔혹사가 조만간 깨질 것이 확실하다.
요즘 지역 발전에 성공한 시·군의 공통점은 정책의 일관성이었다. ‘학력(學力) 광양’과 ‘완도 전복’이 그런 사례다. 정책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핵심은 지자체장의 연속성이었다. 구속과 보궐선거를 반복하는 시·군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란 어불성설이다. 이를 목도한 화순군민들은 ‘군수 잔혹사’의 질곡을 헤쳐 나올 지혜로운 전사가 필요했다. 그래서 뚝심과 포용력과 신사도(紳士道)를 겸비한 젊은 목민관을 뽑았다. 지역사회가 해남을 보면서 화순 구충곤 군수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