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안전한 사회는 멀었나 오경은 사회부 차장대우

2016년 05월 24일(화) 18:59

참 안타깝고, 무섭다. 지난주 서울 강남역 근처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사건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아무 여자나 죽이겠다’며 공용 화장실 안에서 1시간 이상 숨어 기다리던 30대 남성의 칼에 무참히 희생된 그녀가 나 일수도, 내 언니 일수도, 내 엄마 일수도, 내 친구 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친다. 결코 남일 같지 않다.

이 사건은 점점 사회운동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정신 병력이 있는 남성의 ‘묻지마 살인’이었다가 ‘여성 혐오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화장실에 숨어 있던 범인은 6명의 남성이 오간 뒤 처음 나타난 여성에게 범행을 저질렀다. 여성을 공격 대상으로 특정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범행 동기를 여성혐오증으로 몰아가는 시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사건을 두고 여성 혐오 범죄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어찌 보면 소모적이다.

그 보다 전국적으로 달아오르는 추모열기를 보며 단순히 흘려 넘길 현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광주에서도 문화전당역 인근 광주사랑방 조형물에 추모 공간이 만들어졌고 인터넷에서도 추모카페를 통해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시민운동을 주도, 이렇게 확산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폭력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컸는지, 억압된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

여성 관련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광주도 지난해 강력 범죄(살인·강도·강간) 피해자는 812명 이었으며 가운데 여성이 비율 90%에 달했다. 특히 눈에 잘 띄지 않은 화장실 같은 범죄 사각지대에서 여성이 피해자가 될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부터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불안을 느끼는 약자의 입장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 마련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여성이 안전하지 못한 사회는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