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국기(國技)를 세우는 일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5월 25일(수) 19:56

지난 4월, 광주국제양궁장에서는 전국 양궁 꿈나무 선수들이 빛고을 광주에서 대한민국 양궁 희망을 향해 화살을 쏘고 있었다. 제50회 전국남녀양궁종별선수권대회가 광주국제양궁장에서 열려 전국 초·중학교 240여개팀 1,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6일간 기량을 겨뤘다. 선수가 오니 교사와 가족이 따라와 북새통을 이뤘다. 광주에 돈을 쓰고 간 것이다.

개회식에 참석한 필자는 대한양궁협회 임원들을 만났다. 한결같이 광주국제양궁장을 칭찬했다. 이렇게 큰 대회를 개최할만한 경기장 규모는 광주와 경북 예천뿐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올림픽 규모의 국제 양궁대회를 정기적으로 광주국제경기장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논의해보자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 광주시청 한 중견간부가 광주양궁협회장에게 광주국제양궁장을 축구동호회와 함께 쓰자고 건의했다. 이 말을 들은, 타지에서 온 한국양궁협회 임원들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 훌륭한 경기장을 갖고 싶어 안달한 지역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경기장을 축구장으로 겸하자는 얘기는 광주의 자랑, 양궁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U대회를 성공리에 끝낸 도시라는 자부심이 무너지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난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만들어진 국제양궁장은 4만5000㎡ 부지에 64사로가 설치돼 있으며 광주U대회 기간 기보배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세계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던 기념비적인 곳이다. U대회 이후 이곳에서는 전국양궁선수권대회 등 많은 행사가 열려 수준높은 경기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런데 시청 간부의 그 발언 이후, 광주 남구가 주월동 국제양궁장을 축구장으로 조성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궁협회와 인근 주민은 소음과 위험성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남구는 5개 자치구 중 남구지역만 체육시설이 부족한 점과 전 광주시장이 했던 약속을 근거로 축구장 조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논쟁에서 어떤 편 들 생각은 없다. 그러나 너무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국제규격 양궁장은 광주국제양궁장 인천아시아드경기장 예천진호양궁장 청주김수녕양궁장 등 7곳 뿐이다. 이중에서 광주국제양궁장의 시설이 가장 우수할 뿐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 보유자들이 광주에 있어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국제양궁장이 갑자기 주목받자 청주시는 최근 김수녕양궁장을 새단장하고 8월에 전국 규모 양궁대회를 개최한다. 예천군도 마찬가지다.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을 보유한 예천군은 이 양궁장을 경기장 뿐 아니라 양궁 관련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 양궁장에 예천세계 활 전시관을 마련해 중국 일본 몽골 터키 등 세계 활 전시를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구가 적은 군단위에 있지만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는 연간 10여개의 전국 규모 양궁대회가 열리고 1만여명의 양궁체험관광객, 10-20개 전지훈련팀이 찾는다. 더군다나 이곳에 세계활연맹을 창설해 세계활문화 중심지로 만들어 국제관광자원화 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바로 이런 게 스포츠마케팅이다.

광주국제양궁장도 U대회 이후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인도 일본 등 외국 국가대표 상비군 등 9개팀이 전지훈련을 펼쳤다. 양궁협회는 대회직후 양궁 저변확대를 위해 일반인과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양궁교실을 운영하는 등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제대회를 폭넓게 유치해 그 명맥을 유지해가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현재 광주국제양궁장은 국내외 선수들이 훈련하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 훈련 오는 선수들은 호텔에 묵고 광주에서 돈을 쓴다.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를 위해 신설된 경기장중 가장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 국가대표 지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이 양궁장을 찾을 정도다. 이제 곧 열릴 리우올림픽에서는 광주국제양궁장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른 이들이 금메달을 거머쥘 것이다. 다시 광주국제양궁장이 주목을 받을 것이고 관광객도 올 것이다. 그런데 관광객이 와서 본 모습이 축구연습이라면, 어떨까? 광주시와 남구청은 남구에 부족한 축구장시설 대책을 따로 수립하는 게 옳다. 국제양궁장을 축구연습시설로 공유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손해다. 광주시장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에 광주U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윤장현·김황식)는 일반인들을 위해 알기 쉽게 풀어 쓴 ‘종합백서’를 발간했다. 총 41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결과보고서에는 역사적으로 호남에서 열린 가장 큰 규모의 국제스포츠이벤트로, 국내는 물론 해외 스포츠계에 남긴 큰 족적이 새겨져있다. 김윤석 U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은 ‘광주의 브랜드가치를 보다 높이기 위해 시작된 하계U대회 역사가 책 한권에 담겨 있다. 향후 국제스포츠이벤트 유치와 개최시에 좋은 교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광주U대회 1년 후, 광주유대회 경기장 중 하나인 광주국제양궁장이 축구장으로 변모했다는 사례도 국제 사회에 좋은 교본이 될까?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이후 지금 전국의 모든 지자체는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지역경제 살리는 묘안을 짜고 있다. 전국의 각 지자체마다 스포츠마케팅에 쌍불을 켜고 있다. 서울시는 시가 운영하는 70여개 각종 체육 프로그램에 스포츠마케팅 개념을 도입한다고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광주국제양궁장은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다고 본다. 국제대회는 물론, 여름방학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만나는 양궁교실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해서, 광주시민에게 묻고 싶다. 이런 엄청난 꿀단지를 품고 있는 자랑스런 광주국제양궁장을 축구시설과 겸해도 괜찮은가요? 대한민국의 국기(國技)인 양궁, 그 중심도시를 만드는데 광주국제양궁장은 어떤 위치일까요?/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