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놈이 형이고 어느 놈이 아우인지 모르겠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182)

2016년 05월 30일(월) 19:22
詠栗 (영율)
아계 이산해

한 배에 자식 셋 가운데는 평평하고
가을낙엽 앞과 뒤로 떨어지는 모양 보소
형 아우 누가 누군지 어려워서 모르겠소.
一腹生三子 中者兩面平
일복생삼자 중자양면평
秋來先後落 難弟又難兄
추래선후락 난제우난형

이 시를 두고 작가에 대한 이견(異見)이 분분했다. 모모인이라는 뜬 소문이 있었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아래 시인 작품이 분명하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어린 나이의 소년이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지금 초등학교 미취학아의 작품이라고 상상했을 때 한자 한문의 속에 사는 시대라 할지라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가을 되어 앞뒤를 다투면서 밤송이가 땅에 떨어지는데, 어느 놈이 형이고 어느 놈이 아우인지 모르겠구나’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어느 놈이 형이고 어느 놈이 아우인지 모르겠네(詠栗)’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1539-1609)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다른 호는 종남수옹(終南睡翁)으로 알려진다. 1558년 진사시에 합격하고 1561년 문과에 급제했다. 1563년 사가독서했으며, 1578년 대사간으로 서인 윤두수, 윤근수 등을 탄핵하여 파직시켰다. 1588년 우의정이 됐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밤송이는) 한 배에 자식 셋을 두었는데 / 가운데 자식은 양면 모두가 평평한 모양이네 // 가을 되어 앞뒤를 다투면서 밤송이가 땅에 떨어지는데 / 어느 놈이 형이고 어느 놈이 아우인지 모르겠구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밤을 읊음]로 번역된다. 위 시를 두고 지은이가 엇갈린다. 매월당이라고 하는가 하면 난고 김병연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몇 가지 설과 자료에 의해 일단을 아계의 작품으로 보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어른 작품이라고 보기엔 다소 앳된 작품을 보아 3세작은 다소 무리가 있어 5세신동의 작품으로 보고자 한다. 시인이 엇갈린 만큼 나이도 검증은 요망된다 하겠다.



시인의 시상 주머니는 더 크고 넓어 보인다. 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런 시상을 떠올렸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도 없다. 시인은 밤송이가 한 배에 자식 셋을 두었는데, 가운데 자식은 양면 모두가 평평한 모양이네라는 시상을 떠올렸다. 밤송이를 까놓고 보면 영락없이 밤톨 3개가 있는데 가운데 들어 있는 밤톨은 양쪽이 평평하다.



시인에게 관심 있는 부분은 양 가에 있었던 밤톨이다. 화자는 가을이 되면 밤톨이 앞 뒤를 다투어 땅에 떨어지는데 어느 놈이 형이고 어느 놈이 아우인지 잘은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놓았다. ‘분명 알 수 없다. 쌍둥이이도 세상에 나오는 시간으로 보아 형과 아우라고 하는데 있어서랴….’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자와 어구

一腹: 한 배. 곧 밤송이를 뜻함. 生: 낳다. 태어나다. 三子: 세 개의 밤톨. 中者: 가운데 밤톨. 兩面: 양쪽면. 平: 평평하다. // 秋來: 가을이 오다. 가을이 되다. 先後落: 먼저 떨어지고 뒤에 떨어지다. 難弟: 아우구분이 어렵다. 아우인지 모르겠다. 又: 또한. 難兄: 형 구분이 어렵다. 형인지 모르겠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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