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식민지 역사의 기억들…삶의 편린속에서 ‘오늘’을 만나다 [화필여로] <91> ‘찬란한 문명의 大地’…인도 가톨릭 선교기지 ‘고아(Goa)’

2016년 06월 01일(수) 19:00

남인도 고아 칼링굿 해변에서….

근면성실하면서도 정서적으로 여유가 있는 남인도 지역은 유럽 분위기로 종교적인 면에서 타지역과 비교되는 부분을 자주 느낄 수 있고 여행 중에도 가톨릭 성당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과거 식민지시절에 무역도시이자 가톨릭 선교기지인 고아(Goa), 중심지의 판짐(Panjim)에서는 파란하늘에 유난히 하얀 건물의 빠나지 교회가 퍽이나 인상적이다. 가톨릭 신자들이 많아서 허름한 시내버스 안에서도 중년부인들은 손에 묵주를 들고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1510년 포르투갈 함대에 의해 점령된 후 올드 고아는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의 거점도시로 가톨릭의 포교로 인하여 거리 이곳 저곳에서 마리아상과 예수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왠지 토요일은 모두가 웃음을 머금은 즐거운 날 같다.

우리 일행은 아침 11시에 판짐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올드 고아로 간다.

버스 창문을 활짝 열어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천진한 어린이들과 장난을 치다가 20여분 후 내려서 많은 인파의 물결을 따라간다.

박종석 作 ‘막시밀리아노 꼴베 신부님’

유네스코에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으로 1946년 로마교황청으로부터 인도 최초로 대성당 칭호를 받은 봄 지저스 교회(Basilica of Bom Jesus)로 향한다.

이곳은 16세기에 세워진 대성당으로 프란시스코 자비에르(ST, francis xavier) 신부의 유체가 안치되어 있는 유서 깊은 곳으로 붉은 벽돌의 대성당 앞에 수많은 인파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육중한 성당내부로 들어간다.

우리 일행도 2시간을 기다리다 겨우 대성당 내부로 들어간다. 경건한 분위기에 유리로 된 은(銀) 관에 미이라가 된 자비에르 신부의 유체를 직접 보고 나온다. 시신은 사후 400년이 지나 오늘날까지도 부패(腐敗) 되지 않고 있어서 더욱 유명하다.

인도신자들의 이마를 관에 대고 또 성호를 그으며 축복 받기를 기원한다. 자비에르 신부님의 생애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뜨거운 신앙심을 가진 남인도 사람들의 관심의 열기가 대단하다.

박종석 作 ‘무제’

냉정한 관점으로 보자면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종교를 앞세워 채찍과 당근을 주는 강요적 선교로 원주민들의 개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나 몇 백 년이 지나면서 신앙은 자연스럽게 토착화 됐고 자비에르 신부는 하느님의 진리를 전파한 훌륭한 성직자임을 인정받아 후세에도 영광을 누리는 것이라 추측된다.

문득 오래전에 읽었던 막시밀리아 꼴베 신부가 떠오른다.

유태인 학살의 현장인 아이슈비치 감옥에서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대신 자기의 목숨을 내던진 분으로 후일 교황청으로부터 성인의 반열에 오른 분이다.

‘성 루이스 성당’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표본으로 표지에 실린 초상화는 둥근 안경과 머리를 깎고 비쩍 마른 체구에 번호가 새겨진 수의를 입은 모습이다. 나는 꼴베 신부님을 작품으로 그려 내가 아는 신부님께 선물하고 흠모의 정을 표한 적이 있다. 과연 보통사람들은 남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쉽게 던질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곳 고아에서도 16세기 힌두교도들에 의해 포교 중 순교한 신부들의 묘가 여러 기가 있는데 당시 무력으로 식민지화시키면서 자기 종교를 강요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전파한다는 것은 하느님도 웃을 일이 아닌가 싶다.

중세의 종교도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며 군림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지만 그러나 종교의 영향인지 남인도 사람들은 신심도 깊고 술도 마시고 쾌활하며 개방적이다. 특히 아라비아 해의 칼링굿 해변은 은빛물결이 아름답고 시민들의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 개방적이다. 아마 서구 의식이 오래전부터 뿌리내린 결과로 지금은 다른 중부나 북부보다는 조금은 잘사는 지역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