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섬 묶어낼 큰 틀의 관광 마케팅 전략 절실 [지역마케팅의 힘]<4>전남 섬을 ‘가고 싶은 곳’으로 인프라 태부족 섬 마케팅 기본요건조차 충족 못해 섬 정책 전환 이후 주민 의식도↑…가능성 ‘꿈틀’ 소프트웨어·정주여건·주민소득 중심 접근법 호평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6년 06월 06일(월) 19:51

전남의 섬이 변화하고 있다. 비교 우위의 자산임에도 과거 단순한 자산에만 머물렀던 섬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바로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다. SOC 등 기반시설에 집중됐던 기존 섬 개발 방식이 아닌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가고, 살고 싶은 섬을 만들기 위한 전남도의 브랜드 시책이다. 시책 추진 2년 만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사진은 슬로시티 완도 청산도의 모습.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 재임(2004-2014년) 시절 전남도가 10년 가까이 매달렸던 F1코리아그랑프리는 실패한 지역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2014년 7월 출범한 민선 6기 전남도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정책을 꺼내들었다. 2대 브랜드 시책 중 하나인 ‘가고 싶은 섬’ 가꾸기다. ‘가고 싶은 섬’의 출발점은 전남만의 비교 우위 자산인 섬을 아름답게 가꿔야 한다는 필요성에 있다. 과거 전남의 섬은 현지 주민들의 불편함이 가득한 ‘그들만의 공간’이었다. 섬을 찾는 관광객은 여름 휴가철 해수욕장에 놀러온 ‘반짝’ 인파가 대부분이었다. ‘가고 싶은 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최종 목표가 주민 삶의 질 제고를 넘어 결국 전남의 섬을 마케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무한한 잠재력 섬의 가능성 주목

전남에는 유인도 296개, 무인도 1천923개 등 총 2천219개의 섬이 있다. 전국 섬 3천409개의 65%(유인도 61%, 무인도 65.8%)를 차지한다. 도내 유인도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만 7만8천252가구에 16만9천124명에 달한다. 그만큼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비교우위 자산인 섬의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전남지역 섬 관광객은 2006년 562만5천명, 2007년 601만2천명, 2008년 684만9천명, 2009년 630만7천명, 2010년 716만7천명, 2011년 774만8천명, 2012년 779만명, 2013년 896만4천명 등 매년 증가세다. 7년 만에 59.4%나 증가했다. 2013년 기준 권역별 섬 관광객은 목포권이 395만4천명으로 가장 많고 완도권 327만2천명, 여수권 173만8천명 등이다.

전남 섬을 찾는 관광객은 많지만 장밋빛 전망 대신 우려를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외지인들이 섬에서 ‘돈’을 쓸 수 있는 인프라 확보가 안되면서 체류형 관광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섬을 마케팅할 수 있는 기본 요건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강진 가우도의 출렁다리.

◇본격 시행 2년차 불구 가시적 성과

전남도가 지난해 초 발표한 가고싶은 섬 가꾸기 10개년 계획은 섬 관광객 증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13년 말 현재 609만명 수준이 전남 섬 여행사 수를 10년 후 1천20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가고싶은 섬 추진 전략은 ▲섬 고유 생태자원의 보존과 회복 ▲매력적인 섬 문화 관광자원화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하는 섬 가꾸기 등이다.

지금까지 전남도는 여수 낭도와 고흥 연홍도, 강진 가우도, 완도 소안도, 진도 관매도, 신안 반월·박지도 등 6곳을 1차 사업 대상 섬으로 선정했다. 각 섬에는 섬의 특징을 담은 네이밍이 이뤄졌다. ‘낭만’ 낭도, ‘연분홍 치마’ 연홍도, ‘생태공원’ 가우도, ‘노란 무궁화’ 소안도, ‘솔숲’ 관매도, ‘노둣돌’ 반월·박지도 등이다. 2차 대상에는 보성 장도(꼬막섬)와 완도 생일도(햇섬)가 포함됐다.

이제 겨우 시책 추진 2년차를 맞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뚜렷하다.

우선 섬의 가치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전남도는 주민 소득과 연계해 2024년까지 24개의 섬을 가꿀 계획인데 벌써 8개 섬에서 주민과 함께하는 추진협의체 구성이 완료됐다. 99차례에 걸친 주민대학 운영을 통한 주민 역량 강화도 눈에 띈다. ‘가고 싶은 섬’을 찾은 방문객은 2014년 27만명에서 2015년 57만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섬 가꾸기 고도화 계획을 수립했다. 통신·안전서비스 확대, 생활불편 최소화, 소득창출 지원 등 3대 전략 22개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만 2020년까지 총 523억원이 투입된다.

또한 섬 자원 조사 및 데이터베이스(역사·민속·환경·생태분야별 주요 자원) 구축 작업도 순조롭다.

무엇보다 사업 첫해에 비해 올해 주민들의 ‘가고 싶은 섬’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자발적인 추진 의지가 강해졌다는 점은 향후 전망을 밝게 한다.

◇대규모 개발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

전남도의 기본 콘셉은 대규모 개발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일부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기반시설 위주의 섬 개발에 길들여진 주민들 입장에서 사업 시행 초기 ‘가고 싶은 섬’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주민들은 출렁다리와 해안도로, 인공풀장, 특산품판매장 등 하드웨어 사업을 선호했다는 게 전남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사업 주도권을 갖기 위해 일부 주민간 갈등 양상이 표출되는가 하면, 국립공원측과 탐방로 노선 협의 지연으로 사업 장기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섬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이 모든 사업의 최우선 순위에 자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원주민의 삶이 불편한 곳에 관광객들이 찾을 리 만무하다. 섬 가꾸기가 사람과 골목의 표정, 고유의 음식, 역사, 스토리, 경치를 보유한 곳을 중심으로 이뤄질 계획인 것도 정주여건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향후 시책 추진 방향에서 ‘주민소득 연계’에 무게 중심을 둘 계획이다. 탐방로 정비 및 개설, 나무·꽃길 조성, 마을기업 설립·운영, 섬 오픈행사, 체험 프로그램 발굴, 섬 특산물 건강 밥상 제공, 휴대전화 난청지역 해소, 초고속 인터넷망, 상·하수도 등 여건 개선, 10인 미만 거주 섬(46개)에 대한 주민 생활불편 해소 등을 세부 사업으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거시적 콘텐츠 발굴 마케팅 나서라

어찌됐건 ‘가고 싶은 섬’ 사업은 열악한 주민들의 섬 생활에 ‘단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끝나선 안될 일이다. 전남의 최대 자산인 섬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수반되지 않으면 절반의 성공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전남의 섬(가고 싶은 섬을 중심으로)을 거시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수다. 그런 면에서 일본 카가와현의 ‘세토우치국제예술제’는 참고할 만 하다. 3년에 한번씩 열리는 세토우치예술제의 핵심은 예술이 아닌, 바로 섬이다. 세토내해에 산재한 각 섬들을 연결하고 지역 재생의 축으로 예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3회 째를 맞는 세토우치예술제는 죽어가던 카가와현의 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남도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개별 섬에 대한 사업 추진을 넘어 섬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내는 지역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

최근 광주매일신문 주최로 열린 ‘가고싶은섬 대토론회’에서 순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 장미 사무국장은 “전남의 비교우위 자산인 섬에 대한 전체적이고 종합적 비전 설정과 계획이 필요하다”며 “전남지역 섬을 연계해 사업의 물리적 공간을 확장하고 개별 섬이 지닌 취약성을 극복해 상승효과를 만들어 나가는 큰 틀의 전략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