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교사 윤간은 ‘영혼살인’ ‘힘희롱’이다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6월 08일(수) 19:37

영화 ‘실미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섬에 갇혀 훈련을 받던 특수부대 대원 중 두 명이 다른 섬으로 쳐들어가 분교에 있던 여선생을 강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그 영화를 보면서, 고립된 섬에서 극한 훈련을 받던 특수부대원이 역시 고립된 섬에서 유배자처럼 교단을 지키고 있는 여교사를 강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며칠 전 신안 흑산도에서는 이 영화보다 더 극악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5월21일 밤, 학부형 3명은 여교사에게 술을 먹이고 관사에 데려가 윤간했다. 3명은 경찰에 체포돼 사실을 부인했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3명 모두 증거물이 나왔다. 3명이 사전에 짜고 서로 연락하면서 관사에 침입해 차례로 윤간했다는 정황이 다 나왔다.

대한민국이 경악하고 있다. ‘악마’라며 신안군 홈페이지가 마비될 지경이다. 이 와중에 한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섬마을 주민이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라고 말해 더 공분을 사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몇년전에도 전국을 강타한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나주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은 전 국민을 분노에 떨게 했다. 잠자는 아이를 보쌈해서 성폭행하고 죽도록 방치한 사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약물치료, 화학적 거세를 언급할 정도였다. 불과 얼마전에는 경남 통영에서도 이웃집 아저씨에게 성폭행 당하고 살해까지 당한 초등학생 사건이 있었고,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해 죽인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그 무지막지한 사건보다 이번 섬 교사 윤간 사건에 온 국민이 더 흥분하는 이유는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성 때문이다. 배가 들어와야 육지로 나갈 수 있는 섬, 미혼의 여성이 혼자 지내기에는 아무래도 불안한 섬, 그 섬마을 초등학교 관사는 대문도 없는데다가 주변 1㎞ 내에 CCTV한 대도 없는 안전 취약지대, 자동으로 잠기는 전자식 도어락이 아닌 열쇠를 이용하는 수동식 잠금장치만 있는 현관문(철문)이 유일한 보안장치, 불가항력적인 환경을 생각하면, 온 국민이 그 여교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낙도 오지를 피해 아무도 오고싶어하지 않는 섬에 기꺼이 온 미혼 여교사는 지역민을 믿고 허술하게 보안이 안 된 관사에 살았다. 그런데 이런 폐쇄된 불리한 여건을 악용한 학부모가 있으리라 누가 생각하겠는가. 만약 이 교사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증거물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고, 이전에 그랬듯, 이런 ‘악마의 사건’은 계속 감춰졌을 것이다. 이번 사건 가해자는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이유다.

자, 이쯤 되면, 대한민국의 성폭력은 금도를 넘었다. 성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실패했다. 아직도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성폭행이나 성희롱이 남성의 억제하지 못하는 본능과 피해 여성의 잘못된 처신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손끝만 스쳐도 폭행당했다고 고발하는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을, 여성이 남성을 성(性)으로 폭력 하는데 이토록 관대한 이유는 뭘까.

필자는 아직도 정치·경제·사회·문화 곳곳에서 갑·을 관계, 힘이 더 세거나, 더 우세한 환경에 있는 이는 성 까지도 지배할 있다는, 아주 나쁜, 생각 때문이라고 본다. 장난삼아 하는 성희롱의 이면에 ‘힘 희롱’이 숨어있다는 사실, 인권유린을 하면서 본능이라고 주장하는 측이 동정을 받는 이상 ‘제2의 섬 교사 윤간’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 각계에서 이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그 섬을 찾고 있다. 새누리당 민생혁신특별위원회가 전남교육청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했고, 중고 교장 회의가 긴급하게 열렸다.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여성 공무원이나 여교사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종합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엄청난 항의를 견디지 못한 섬마을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단도 사과문을 발표하고 ‘스스로의 자정과 재발방지를 위해 특단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위기가 더 격앙되고 있다. 전남여성단체연합에 이어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는 논평을 내고 ‘여성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한국사회에 양성평등의 문화가 뿌리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인식의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희생자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정부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침을 마련하고 예방교육과 재범방지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경찰에 이번 사건의 피의자를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주문했다.

여성의 보호받을 권리와 성적자기결정권이 무시당하는 이런 사회, 딸들이 살기에 너무 가혹하다.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이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