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여교사 사건’ 보도 김재정 지역사회부 차장

2016년 06월 12일(일) 19:02

이달 초 일본 출장길에 국내 뉴스 검색을 하던 중 충격적인 보도를 접했다. 현재까지도 사회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다. 전남도교육청을 담당하는 만큼 좀 더 관심을 갖고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했다.

이후 연일 쏟아지는 언론매체의 관련 보도, 특히 일부 중앙 언론의 보도는 우려와 함께 부끄러움을 갖게 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언론이 자초했던 ‘기레기’라는 오명이 다시 떠올랐다.

한 종편의 보도는 같은 기자 입장에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무한다 싶었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 관사의 2013년 모습과 현재 사진을 비교하며 ‘2013년에는 방범창이 없었는데 지금은 방범창이 있는 것을 보니 그 기간에 또 다른 성범죄가 있었지 않았겠냐’는 추측에 기인한 보도였다. 팩트가 아닌 소설이다.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은 더욱 충격적이다. 섬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에 이어 결국 전라도 비하로 이어졌다.

또 다른 중앙 언론은 ‘섬 보건소에 근무하는 여자 간호사들도 성범죄 위험에 무방비 노출돼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는 섬에 사는 사람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간주하는 것 밖에 안된다.

한 방송은 인터넷판을 통해 이번 사건을 지속적이고, 선정적으로 보도하면서 ‘전남’을 ‘짐남’(짐승+전남의 준말)으로 만들어 놓았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현장 점검 때에도 일부 언론은 ‘섬’의 문제에만 집중했다.(물론 정치인들과 부총리가 여론을 의식해 굳이 현장을 왔어야 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어찌 됐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 3명을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도서벽지의 치안 문제 등 잘못된 시스템의 문제를 시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마치 모든 섬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중앙 언론이 일반화하고, 호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건이 발생한 섬, 그리고 해당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전남의 섬에 살고 있는 선량한 사람들은 또 무슨 죄인가. 차분하고 냉정하게 보도하지 않는 일부 중앙언론의 ‘엘로우저널리즘’이 아쉽다. 이미 2차, 3차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