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남구 문화유산 관리 소홀 유감 유대용 사회부 기자

2016년 06월 13일(월) 19:10

광주 남구 양림동 선교사 사택 철거를 두고 인근 주민과 갈등을 빚은 광주기독병원이 사택의 외형 보존에 대해 협의키로 했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양 측이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결정짓는 사택 건립 시기를 두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다 남구도 정확한 건립 시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림동은 ‘우일선 선교사 사택’, ‘오웬기념각’, ‘최승효 가옥’ 등 국가·시 지정 문화재 등이 많아 지난해 광주U대회 기간 중 외국인 선수단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 코스에 포함되기도 했다.

선교사 사택의 건립시기가 1940년대이든 1960년대이든 이번 철거 소동으로 인해 남구가 개인 소유 문화유산들에 대한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광주기독병원이 당초 직장 어린이집 신축을 위한 사택 철거 방안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안전 확보와 함께 사택이 1960년대 지어진 건물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양림동 주민들은 사택이 1940년대 초 일제강점 하에 지어진 건물이라며 철거에 반발했다. 해당 지자체에서 건립시기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면 잡음이 일어났을까? 애초에 전수조사 등을 통해 선교사 사택의 건립시기와 함께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명확히 판별됐다면 논란이 될 일도 아닌 것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리모델링을 해 달라’는 입장과 ‘1940년대 건립된 문화유산인 것이 확인됐으므로 보존해 달라’는 입장은 차이가 크다. 남구가 적극적인 중재 및 대책에 나서지 못한 것도 사택 건립 시기에 대한 팩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택 논란으로 드러난 남구의 행보는 그동안 양림동 문화유산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보다 역사문화마을 조성 등 광주 대표 근대문화유산의 보고로 알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양림동 주민들에 따르면 2011년에도 기독병원 소유 부지 중 선교사 사택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한 채 있었다. 이 가옥은 역사적 의미나 문화재로서의 가치조차 평가 받지 못한 채 철거됐다. 현재 기독병원 주차장이 마련된 곳이다.

개인 소유라는 이유로 역사적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는 옛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다. ‘역사문화마을 양림동’의 또다른 이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