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제언 정용기 광주·전남 대중소기업 동반성장포럼 위원장

2016년 06월 19일(일) 19:21

대기업이 잘나가야 국가경제가 살아나겠지만, 대기업은 결코 혼자서만 살아갈 수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부품은 중소기업이 생산하고, 대기업은 이를 모아 완제품으로 조립해서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상생하지 않으면 모두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최근 원자재가격이나 인건비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원가절감의 부담을 고스란히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이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수익구조는 더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어려우면 대기업도 따라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교적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대기업들로 하여금 중소기업을 좀 더 배려해 줬으면 하는 것이 동반성장의 개념인데, 대기업들에게는 아직 그런 여유가 없어 안타깝다.

일본의 중소기업들은 하청업체라는 평가보다는 동반자인 중견기업으로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러한 평가를 받기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을 활용하는 대신 장기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간에 주식을 보유하거나 임원을 파견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 하청업체와의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물론 중소기업들도 그만큼의 품질개선 노력과 자발적인 연구개발 노력을 통해 대기업에 이익이 되었던 측면도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 어느 한편이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거나, 한편이 일방적인 아량을 베풀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생하기 어렵다. 결국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대접받고, 거의 동등한 입장에서 상생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중소기업 스스로가 대등한 입장에 올라서려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거나 아량을 베풀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참신하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대기업에서 스스로 찾아오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스스로가 자생력을 갖추고, 미래지향적인 기술력을 보유하려고 하는 부단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것보다는 독일의 강소기업처럼 독자적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등 시장을 다변화해보려는 혁신적인 경영도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보다 많은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투자비율(2.76%)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1.36%) 있다. 또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를 점하고 있는데 비해,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R&D 자금은 전체의 13-16%에 불과하다. 물론 절대적인 R&D투자금액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R&D 투자효율의 문제이고, 신사업 발굴이나 블루오션과 같은 R&D투자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중소기업들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 취업자들의 비율도 높여야 한다. 청년이 우리 경제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년 취업자들이 중소기업을 회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급여수준의 차이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의 현실에서 급여를 많이 올려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급여문제 외에도 납기를 맞추기 위한 주말 연장근무나 경영자들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관행과 같은 근로환경도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힘든 과제는 자녀들의 직업선택에 부모들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향이 있다. 설사 자녀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부모가 먼저 나서서 차라리 공무원시험이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만류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대기업에 취업한다고 하더라도 정년이 짧아져 오륙도, 사오정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오히려 청년창업이 대세다. 부모세대가 먼저 생각을 바꿔서 자녀들의 독립심을 키워줘야 하고, 그들의 번뜩이는 창업아이디어나 미래설계를 적극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