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벽지 사회안전망의 재정립 안병갑 목포경찰서장

2016년 06월 19일(일) 19:21

전남도 남서부에 위치한 신안군은 유·무인도를 합쳐 총 880여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의 22배 면적에 국내 전체 섬 지역의 2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도서지역이다. 이렇게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역적 특성 때문에 수년전 이곳 일부지역에서 섬 노예를 부리는 사건이 발생하여 큰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지난 5월말 이곳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성폭력사건은 온 국민을 다시금 분노케 했다. 경찰의 초동조치로 가해자들은 즉시 체포되었고 사법 심판에 따라 엄정한 처벌이 내려지겠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와 함께 큰 고통을 당한 교사가 하루 빨리 아픔을 극복하고 교직에 복귀하길 기원한다.

이번 사건으로 도서지역이 범죄의 온상으로 낙인찍히는 등 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지만 신안군에서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범죄없는 신안 만들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성폭력 예방교육을 병행함으로써 이 같은 인권유린의 후진국적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데 묵언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무릇 경찰은 도서 벽지에서 근무하는 교사나 공무원, 공중보건 간호사를 비롯한 여러 직종의 여성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점에서 농어촌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도서벽지에 방치된 공·폐가나 좁은 골목길 등 생활주변 범죄 노출지역에 대한 반복적이고 빈틈없는 순찰활동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동안 경찰은 농어촌지역 범죄예방과 노인·이주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 왔다. 도서 벽지 특성을 감안하여 관내 15개소 파출소에 선임 간부들을 일제히 배치하여 민생치안에 주력했다. ‘출향인사 내 고장 방범용 CCTV 달아주기 운동’을 적극 유치한 결과, 지난 1년간 신안군 관내 98개소에 164대가 신규 설치되었다.

이륜차 교통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7개 단위농협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안전모 씌어주기’운동을 전개하여 같은 기간 400건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전남운전면허시험장의 협조를 얻어 도서지역민의 교통 불편 및 생업종사의 애로사항인 출장운전면허시험제를 운영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또 근무시간을 쪼개서 벽지 노인들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건강식품 판매사기 근절과 노인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도 틈틈이 실시해 왔다.

섬은 매력적인 여행지이지만, 범죄에 여러모로 취약한 것 또한 현실이다. 섬 천혜의 매력을 살려서 다시 찾고 싶은 신안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건을 뼈아픈 교훈으로 새긴 신안군청을 비롯한 각 사회단체의 “친절다짐” 의 새로운 움직임은 절박하기까지 하다. 경찰에서도 곧 있을 여름 휴가철에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신안군을 만들기 위해서 현장중심의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차제에 각 파출소별로 치안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서 더 이상 범죄에 취약한 외딴 섬이란 오명을 씻을 방침이다. 범죄는 엄정하게 다스리되, 피해자는 세심하게 보호하는 것이야 말로 사회안전망의 핵심이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2차, 3차 피해가 번져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께서는 섬 주민들의 진심 찬 사과를 받아주시고, 신안군의 새로운 변신을 지켜봐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