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학살 공수부대 광주 시가행진이라니

2016년 06월 21일(화) 20:18

올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했던 보훈처가 이번에는 6·25 기념행사로 공수부대 퍼레이드를 추진하는 정신 나간 행패를 저질렀다. 보훈처는 25일 6·25 기념행사의 하나로 육군 31사단 소속 150여명과 11공수여단 소속 50여명 등 200여명이 참여하는 퍼레이드를 계획했다. 11공수여단은 1980년 5·18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에게 집단 발포를 하고 주남마을 민간인에게 학살을 자행했던 부대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민간인에게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군인이 총부리를 겨눈 5·18학살 부대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망발이다.

보훈처의 이 같은 망발은 노골적으로 광주정신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행위다. 광주학살의 원죄가 있는 해당부대를 당시 현장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게 하려는 행위는 광주학살을 정당화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잔인하고 악랄한 행위다. 보훈처는 어느 나라 기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군사 반란을 일으켰던 신군부의 주동자들은 전직 대통령을 포함 단죄를 받았고, 희생자들은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아직도 광주정신을 훼손하는 보훈처의 망발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다.

특히 현 박근혜정부에서 유독 광주정신의 망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극우단체들의 비합리적인 주장을 내세우며 논란을 야기하는가 하면, 문제가 되면 국론분열을 운운하며 방관자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보훈처와 박승춘 처장이 있다. 희생자를 갈등의 원천으로 만드는 것은 극우 파시스트들이 써 온 수법이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그 예다. 정부의 5·18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폄훼와 모욕도 극우 파시스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일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번 공수부대 시가행진 계획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히 실수가 아니라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국가보훈처의 인식 수준을 확인한 것”이라며 책임자의 사과와 처벌을 요구했다. 또 ”5·18광주항쟁을 왜곡·폄하하고, 광주정신을 짓밟는 처사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야 3당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공동 발의키로 했다. 희생자 앞에 경의를 표하지는 못하더라도 슬프게 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