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의 가치 되새긴 소록도 재판 오경은 사회부 차장대우 |
| 2016년 06월 21일(화)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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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고흥 소록도에서 아주 특별한 재판이 열렸다. 한센인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 재판이다. 서울고등법원은 과거 한센인들이 당한 강제 단종(斷種)과 낙태 실상을 조사하기 위해 재판정을 소록도로 옮겨 열었다. 재판부는 소록도병원에서 특별 기일을 열고 한센인들 수술의 강제성 등에 대한 양측 주장을 심리했다. 이와 함께 검시실과 함께 소록도 한센인들이 규정 위반시 갇히던 감금실, 정관절제·낙태 수술이 이뤄지던 곳, 한센인 관련 자료를 모아놓은 전시관 등도 둘러봤다.
국내에서 한센인 단종·낙태가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이 낳은 정책이었다. 소록도에서는 1936년 부부 동거의 조건으로 단종수술을 내걸었다. 인천, 익산, 칠곡, 안동 등지에서도 많은 한센인이 천부적 권리를 잃고 뱃속 아이를 떠나보냈다.
이번 특별재판은 단순한 2심 재판을 넘어 역사적인 의의를 갖는다. 이번 소록도 특별재판은 인권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인권유린은 국가권력에 의해서만 자행되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곳곳에서 인권 침해행위가 버젓이 행해지는 형편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부인들의 잘못된 시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신종 질병이 등장하면 소록도와 한센인을 연계해 차별과 인권을 유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침 국립소록도병원이 올해로 개원 10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0년의 한(恨) 많은 세월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한 기념사업과 한센병박물관 건립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한센인 인권 탄압의 상징이던 소록도가 10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역사와 희망의 공간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