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시절, 예술이 갖는 힘 김미숙 조선대교수

2016년 06월 23일(목) 20:01

슬픈 시절이다. 구의역에서 청년이 일에 쫓기며 어이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가 하면 강남역에선 젊은 여성이 정신질환자의 무차별 공격을 받아 죽어가야 했다. 한류스타인 박유천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고 IS는 한국인을 테러대상으로 지목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맘 놓고 살 수 없는 세상, 우리는 그래도 살아야 한다. 적어도 내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하는 바램으로 오늘 하루를 맞이하고 보낸다. 누군들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을까. 누군들 밝고 희망차게 살고 싶지 않을까. 그럼에도 세상은 녹록치 않다. 청년실업은 자꾸만 높아만 가고 장년층은 명예퇴직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경제성장률은 자꾸만 하향곡선을 그린다. 그리고 출산률은 뚝뚝 떨어져 초고령화사회를 달린다. 2050년인가, 2060년인가부턴 우리 사회가 정상적인 기능을 작동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감소로 부대낀다니. 우울하다. 갑갑하다.

아니다. 우울할 일이 아니다. 갑갑할 일이 아니다. 유사 이래로 우리는 부단히 힘들고 고단한 시절을 관통해왔고 그 때마다 슬기롭게 잘 버텨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잘 넘겨야 한다.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먼저 예술에 기대어 보자.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보면 ‘음주가무에 능하다’는 한 마디 표현으로 우리 한민족을 표현했다. 음주가무, 술마시고 노래하며 춤추는 행위에 능했다니, 예로부터 우리는 타고난 예술쟁이였나 보다. 그렇다. 우리는 틈만 나무 가무를 즐겼다. 우리의 세시풍속도 보면 예술적 행위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어디 한민족 뿐인가. 인류사가 증명한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는 그렇게 살아왔다.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한 예술행위를 펼쳐내었고 즐겼다. 언어와 문자를 발명하기 이전부터 이미 예술행위를 벌였다. 인류의 역사와 예술의 역사는 동일하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인류사적 특징에다 더해 한민족은 예술행위에 더욱 몰입했던 게 아닐까 추측되어진다. 그 중에서도 호남의 친예술적 정서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예술은 돌파력을 마련해준다. 한 시대가 풍미하고 쇠잔해지는 찰나, 새로운 물꼬트기는 예술의 몫이었다. 그리고 꽉 막힌 곳에서 예술적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휘해냈다. 예술은 그 자체가 창의력을 포괄하고 있는 완전체가 아닐까 싶다. 힘들수록 문화예술을 번영시켜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혹여 경제적 성장이 둔화되고 GDP가 낮아진다고 해서 가장 먼저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을 줄이는 일은 없어야겠다. 기우이겠지만 살짝 그런 염려가 앞선다. 넘어지고 부서지더라도 다시 일어서고 새 시대의 패러다임을 세울 터전을 문화와 예술이 만들어주고 그 씨앗을 잉태케 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정율성축제의 중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 광주가 배출한 중국 혁명음악가를 기리는 정율성 축제가 중국 현지에서 펼쳐진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이 광주의 예술가들을 꾸려 다녀온다. 우리의 예술적 기백과 예술적 힘을 보여주고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밖으로는 우리의 예술적 우수성을 떨치고 안으로는 우리의 예술적 토양을 튼실히 다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예술, 절대로 느슨하게 가선 안될 , 시대의 패러다임을 열어젖히는 물꼬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예술가들도 그 점을 잊지 않고 예술의 힘이 일반인들의 삶에 행복을 전하고 어떤 고단한 삶 속에서도 버티어내는 토양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