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안 맞는 2인3각 ‘범죄예방진단팀’ 유대용 사회부 기자

2016년 06월 27일(월) 19:15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반향이 크다. 여성은 범죄에 대한 자기방어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 및 어린이 등을 범죄로부터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쏟아진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이 범죄대응 패러다임을 ‘검거’에서 ‘예방’으로 전환하고 이달 초부터 범죄예방진단팀(CPO·crime prevention officer)을 전국 관서로 확대했다. 하지만 인력은 여전히 예방보다 진압에 편중된 데다가 전문 인력 충원, 지자체 및 민간단체와의 협력 등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여서 시작부터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다.

CPO는 소속 관서가 관할하는 지역이나 시설의 사회·물리적 환경을 진단,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셉테드) 등을 활용해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전담팀이다. 지역 내 전반적인 시설 및 환경 개선을 통한 범죄예방인 만큼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서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CPO를 적극 지원하고 싶어도 환경 개선 관련 조례가 이제야 발의되고 있어 관련 예산 편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자체적으로만은 CPO 활동에 한계가 있을뿐더러 지역사회와 함께 하지 못하는 범죄예방은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일선 경찰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관련 활동은 공원 가로등 설치, 공중화장실 비상벨 설치 등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수치에 불과하긴 하지만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 앱 활용률도 저조하다. 경찰이 CPO 시행과 함께 적극 홍보하고 있는 앱임에도 광주지역에서는 제보·신고가 4천800여건으로 시민 301명당 고작 1건을 신고하는데 불과하다. 이는 울산(1천700여건)을 제외하고 6개 특별·광역시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영국·미국·호주·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범죄예방환경설계의 범죄예방 효과가 인정돼 이미 경찰에 의한 범죄예방진단·인증 제도가 자리 잡았다. 이제 막 걸음을 땐 제도인 만큼 우리 경찰도 이슈에 편승하는 급조 방안이 아닌 지역사회와 발 맞춰나가는 진정한 CPO제도를 완성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