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용’…하찮은 것들의 소중함, ‘나’를 내려 놓아야 보인다 [화필여로] <93> ‘찬란한 문명의 大地’…인도 인도의 베니스 ‘알레피’

2016년 06월 29일(수) 19:07

박종석 作 ‘문명과 하찮은 것들에 대하여…’(좌). ‘꼬다얌 선착장, 강물은 흐르고…’

인도의 베니스라고 부르는 알레피(Alleppey)는 백워터 크루즈 선상여행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알레피에서 꼬알얌 선상투어를 기다리며….

가끔은 강이 육지보다 높다.

언덕 위에 집과 야자수 나무, 그리고 낚시하는 사람들, 강 전체가 수련으로 뒤덮여 그 사이를 배가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35㎞의 꼬다얌까지 왕복여행은 한가로우면서도 넉넉한 시간으로 수많은 철새와 청둥오리의 낙원이다.

드넓은 호수와 평화로운 전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배를 타고 육지에서 물건을 팔고 또 사서 돌아오는데, 이 중 할머니들은 나무 등걸 같은 묵은 손을 가지고도 환하게 미소 짓는 아름다운 마음씨의 소유자들이다.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 3일간을 머무르는데 육지에는 까마귀가 많다.

‘까마귀와 사람’

일행이 숙소 후원에서 식사 중에도 영리한 눈초리로 먹을 것을 찾아온 까마귀는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고 먹이를 구하러온다.

장난기가 발동해 돌을 집는 흉내를 내면 까마귀들은 벌써 눈치 채고 도망간다. 그러나 장난임을 알아차리고 다시 모여든다.

영리한 눈치꾼을 뒤로하고 다음 여행지를 가기 위해 알레피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바나나 장사 할아버지가 바나나를 가득 실은 나약한 자전거 바퀴에 엄지만한 돌을 주워서 무거움으로 인해 굴러가지 못하도록 해놓는다.

하찮은 돌의 쓰임이 적절한 인연으로 한 몫을 하는가 싶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길거리 좌판에서 담배도 한 개 피씩 파는데 그 옆에는 마(麻)로 꼬아놓은 새끼줄을 걸어놓고 하루해가 넘어갈 때까지 타들어 가도록 해놓았는데 꼭 다이너마이트 점화를 위한 모습으로 불꽃성냥이다. 이는 한 개피의 담배를 사가는 손님이 성냥대용으로 불을 붙이는데 쓰인다.

박종석 作 ‘현실과 이상의 경계’

다 타 들어가는 야밤이면 한 가족의 양식을 벌 수 있는 서비스용품으로 초라하지만 정겨운 모습이다. 그러한 풍경은 형편에 맞춘 검약의 생활로 참으로 평화로운 광경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런 저런 서민들의 삶의 일상을 보면서 가끔 생각해 본다.

하찮은 그 무엇이든 버릴 것도 없고 불필요한 것도 없이 귀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무용지용(無用之用), 쓸데없는 것의 쓰임과 작은 것의 소중함을 보면서 행복의 가치는 풍족한 물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