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셀프채용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6월 29일(수) 20:09

얼마 전 귀가하던 40대 곡성공무원이 아파트 20층에서 투신자살한 공무원시험준비생과 부딪혀 숨졌다. 투신자살한 대학생은 유서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가 괴롭다’고 밝혔다. 한 청년의 취업 스트레스가 성실한 공무원을 죽인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지금 대한민국 20·30대 청년들은 앞의 투신자살한 대학생처럼 일자리가 없어 죽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죽기 살기 노력해봐야 원하는 일자리를 갖긴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누군가 반칙을 통해 노력하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쉽게 얻는다면 어쩌겠는가. 지금,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의원에게 공분하는 이유다.

서영교의원은 지난해 친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해 물의를 일으켰는데, 당시 보좌진에서 물러난 친동생을 다시 자신의 지역구(중랑갑)사무실의 총무국장으로 앉힌 뒤 월급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에게는 후원회장, 오빠에게 후원회 회계책임자 자리를 맡긴 것도 드러났다. 가족 아닌 보좌진으로부터는 1인 후원금 한도인 연 5백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았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이 ‘가족취업알선소장’이 돼 국민혈세를 마음대로 쓴 것이다.

서영교 의원처럼 국회의원의 가족 친인척 보좌진 채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엔 새누리당 박인숙의원이 조카와 동서 등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되었다. 제10대 국회에선 국회의장이 된 백두진의원이 부인을 보좌관으로 임용한 사례가 있었다. 부인이나 아들, 딸 또는 형제를 보좌진으로 임명하거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등록만 해놓고 월급을 타게 하면서 출근도 하지 않는 유령보좌관도 종종 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이 딸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의원도 외가 친척 2명을 각각 6급, 7급 비서로 쓴 일이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이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4년 ‘국회의원 수당 등에 대한 법률’이 개정된 후부터다. 한 국회의원이 인턴 2명을 포함해 9명이나 되는 보좌진을 별정직 공무원 대우를 주고 마음대로 채용할 수 있다. 채용과 해고의 모든 인사권이 국회의원에게 있다보니 1년에 16번이나 보좌관을 바꾼 이도 있다. 소위 고용주로서 국회의원의 갑질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가진 특수성과 임기제라는 점 등이 교묘하게 작용된다.

이 차제에 국회의원의 가족채용 문제는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특권층이 자기 가족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을 주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 나라 실업청년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도록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해서, 제안한다. 대한민국 국회와 정당은 국회의원 전원의 보좌관과 지역구 사무실, 후원회 관리자의 가족채용 여부를 실태 조사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서영교의원처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어렵고 힘든 사람들 입장, 청년들 입장에서 공정경쟁을 얘기했던 정치인들이 뒤에서는 온갖 추잡한 편법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각 당의 윤리위원회가 철저히 가동되어야 한다.

사실, 친·인척 보좌진 채용을 금지하는 법안은 17대 국회부터 이번 국회까지 빠지지 않고 발의됐으나, 19대까지 본회의 상정은커녕 상임위 차원에서도 논의 한 번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는 백혜련 더민주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의원과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할 경우 국회에 신고하고, 국회공보 등에 공개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은 보좌진의 보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지급하도록 강요하거나 보수를 유용하기 위해 보좌진을 허위 채용한 의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여론을 안 무서워하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무서워하랴. 법안이 만능은 아니다. 현직 여·야 보좌진에게 이 문제를 물어보니, 모두 국회의원의 의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주인 국회의원이 채용 갑질을 버려야 한다. 월급을 자신이 아닌 국가돈으로 주기 때문에 최소한의 채용 절차와 공정성,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 이제 국회의원 보좌관이란 직업도 전문성과 객관적인 채용 매뉴얼이 갖춰질 때도 됐다.

국회의원은 입법 활동 이외에도 우리 사회 부조리 비합리성을 개선하려는 집단이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공조직을 사조직화 한다면 스스로 모순에 빠진다. 가족이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거나 가족 아닌 보좌관에게는 후원금을 강요하는 건 공정사회를 위해 앞장서야 할 정치인이 취할 바가 아니다. 국회에서는 국회 사무처에 입법고시를 통해 들어온 전문가들이 있는데 이들 전문가들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정기간 파견을 보내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국회의원은 많은 특권을 누리는 계층이다. 국회의원의 활동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가족과 친인척, 보좌진과 선거사무장은 그 국회의원에 버금가는 투명성과 책임이 요구된다. 국회의원의 모든 업무를 보좌하는 9개의 자리에 친인척이 선임되면 당초 법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비리를 서로 눈감아주는 온상이 될 수 있다.

국회의원 자신의 직무 효율성을 위해서도 가족 친인척 채용은 안 된다. 국회의원 신분을 남용해 가족과 친인척까지 ‘금수저’를 만들어놓으면 ‘흙수저’와 ‘헬조선’들은 절망한다. 서영교의원은 이른바 갑의 횡포에서 을을 지키겠다고 만든 당내 을지로위원회 위원이었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인가. ‘너부터 잘하세요~’ 온 국민이 지금 국회의원에게 하는 말이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