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마케팅 치우치면 전통자원 가치 사라질수도 [지역마케팅의 힘]<6>전주한옥마을의 명암 ‘한옥만의 멋’ 찾아보기 힘들고 관광객만 ‘북적’ 한해 600만명 방문 외형적 성공에 취해선 안돼 장기적 관점 보존·활용 사이 적정 해법 찾아야 전북 전주=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6년 07월 12일(화) 20:08

전주한옥마을은 연간 6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등 외형·경제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관광 마케팅에 치우치면서 한옥만의 정체성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옥마을 내에 한옥은 605동이 있지만 상업시설도 487개소에 달해 한옥이 갖고 있는 본연의 매력을 잃은지 오래다. /전북 전주=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역 마케팅의 고민 중 하나는 전통자원을 어떤 형태로 활용할 것인지 적정선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보존에 집중하면 마케팅에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마케팅에 치우칠 경우 전통자원의 정체성을 잃기 십상이다.
광주·전남지역 역시 수많은 전통자원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보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자원을 엮어낼 주제가 없다 보니 지역 관광 마케팅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활용도도 낮다.

이와 달리 최근 전북 전주는 전국적인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가옥 수만 600여동에 달하는 한옥마을이 지역 마케팅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형적으로 엄청난 성공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늘도 드리우고 있다.

◇1999년 이후 1천302억 투입

전주한옥마을은 풍남동 일대에 700여채의 한옥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 한옥촌이다. 1930년을 전후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은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형성된 교동, 풍남동의 한옥군은 일본식과 대조되고 화산동의 양풍(洋風) 선교사촌과 학교, 교회당 등과 어울려 기묘한 도시색을 연출하게 됐다.

오목대에서 바라보면 팔작지붕의 휘영청 늘어진 곡선 용마루가 즐비한 명물이 바로 교동, 풍남동의 한옥마을이다.

면적 29만8천260㎡인 한옥마을에는 현재 653세대, 1천322명이 거주하고 있다. 건축물 수는 776동으로 한옥 605동, 비한옥 171동이다. 국가지정 4종, 전북도 지정 12종 등 총 16종의 문화유적이 있다.

전주시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1천302억원(국비 353억원, 지방비 949억원)을 들여 한옥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2005년엔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 육성사업 기본구상 모델을 수립, 한옥마을 정비가 본격화됐다.

2006년 대통령자문위원회의 ‘지속가능한 마을’ 선정을 시작으로 2010년 ‘한국관광의 별’, ‘국제슬로시티’, 2011년 ‘한국관광의 으뜸명소’, 2012년 지방브랜드 세계화사업 시범사업, 2013년 도시재생 모범사례 보고, 지역희망박람회 창의 성공모델 소개 등의 성과를 거뒀다.

전주한옥마을 내에 각종 상업시설이 즐비하다 보니 한옥에서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방문객은 “한옥형태의 시장, 카페촌 같은 느낌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북 전주=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국내 여행지 1순위 ‘성공가도’

전주한옥마을은 연간 600만명이 다녀가는 국내 여행지 1순위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전주 관광의 성공 요인으로 관광객 수용을 위한 인프라 개발과 특화 콘텐츠 및 상품개발, 지역중심, 전주다운 공동체 회복과 휴먼웨어를 구축한 결과물이다. 또 슬로시티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지구단위 계획 수립을 추진했고 체계적 통합 홍보마케팅의 활성화를 강화한 것도 효과를 거뒀다.

전주 관광하면 ‘문화관광경쟁력 강화’, ‘전통문화+감성결합’, ‘아날로그+디지털 조화’, ‘전통문화 콘텐츠+문화산업 연계 활성화’, ‘민간 주도형 축제 및 행사 활성화’, ‘전통문화+슬로시티=전주 도시브랜드’ 등으로 함축할 수 있다. 이 키워드는 ‘감동, 재미, 새로움을 추구하며 관광 아이콘 선점, 新관광 트렌드 주도’를 위한 전주만의 관광마케팅 전략이 담겨 있다.

또한 기차여행 열풍과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전주 관광객의 주류가 중장년에서 젊은층으로 바뀌면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전주한옥마을 먹방투어, 한옥마을 여행사진이 퍼지며 입소문 효과를 낸 것도 한몫했다. 사계절을 담은 다양한 축제(전주국제영화제, 전주대사습놀이,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한지축제, 비빔밥축제 등)도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체류형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다. 2010년 4만3천456명에 불과했던 한옥마을 체류 관광객은 2011년 5만3천781명, 2012년 8만3천524명, 2013년 13만8천539명, 2014년 17만3천357명 등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전주지역 경제 파급효과 막대

지난해 전주를 찾은 전체 관광객은 887만2천600명이다. 이 중 전주한옥마을 관광객은 619만8천166명을 기록했다. 한옥마을이 전주 관광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한옥마을 관광객은 2009년 284만8천861명, 2010년 350만795명, 2011년 409만2천451명, 2012년 493만2천262명, 2013년 508만2천674명, 2014년 592만8천905명, 2015년 619만8천166명 등 폭증하고 있다.

이에 따른 한옥마을 관광수입(1인당 평균지출액 3만6천538원 적용)도 2012년 1천802억원, 2013년 1천857억원, 2014년 2천166억원, 2015년 2천247억원 등으로 ‘한옥마을 마케팅’이 사실상 전주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전주 방문객 관광소비지출 경제효과’가 생산유발 3천713억원, 부가가치유발 1천872억원, 고용유발 9천482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옥마을이 전주 경제, 특히 관광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집 건너 상업시설 정체성 훼손

그러나 한옥마을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상업적 측면의 마케팅에만 치우치다 보니 한옥마을의 정체성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체성 훼손은 전통문화자원을 활용한 마케팅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현재 한옥마을 내 상업시설(업체수)은 487개소에 달한다. 한 집 건너 상업시설일 만큼 빼곡하다. 한옥마을인지, 시장통인지, 카페촌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고즈넉함을 기대하고 한옥마을을 찾았다면 실망감을 안고 뒤돌아설 정도다. 정비를 마친 담장도 전통 방식을 취하지 않고 ‘퓨전’ 형태로 만들어져 한옥 본연의 ‘맛’이 나질 않는다.

지금이야 젊은 여성층에게 인기 폭발인 한옥마을이지만 이런 형태가 지속될 경우 시간이 갈수록 재방문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전주시 관계자는 “급격한 상업화에 의해 사업시설이 급증하면서 한옥마을 정체성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각종 문화시설의 체험프로그램을 확장하고 단순 구경이 아닌 전통문화를 경험하고 배우고자 하는 의미있는 관광객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