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연’…티베트 사원서 ‘맑고 향기로운’ 부처 자비를 느끼다 [화필여로] <94> ‘찬란한 문명의 大地’…인도 3일간의 행복…작은 깨달음을 얻다

2016년 07월 13일(수) 19:17

박종석 作 ‘카일라스 성산’

털털한 버스로 고산지대의 황톳길을 굽이 돌아 서민들만 사는 시골마을 수 십 곳을 지나 6시간이 소요되는 중인도 내륙에 위치한 ‘후블리(Hubli)’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내리자마자 막막하다.

큰 버스정류장에서 막연한 정보수집에 어리둥절하다가 붉은 가사를 입은 티베트 스님이 지나가는데 대뜸 말을 건네본다. 영어도 통하지 않고 중국어로 대답하는 팔덴(Palden)스님과 한자(漢字)로 필답하는데 손짓 발짓 동원하니 뜻이 다 통한다.

스님의 배려로 티베트 사원에서 숙식이 제공된다 해 심야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2시간 걸려 새벽 1시에 도착한다.

검은 하늘에서는 번쩍거리는 번개와 장대비가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여정으로 왠지 도깨비가 출현할 것 같이 스산했지만 그래도 친절한 스님의 안내가 힘이 됐다.

힘겨운 여정끝에 밤 늦게 사원에 도착해서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팔덴스님의 배려로 넓은 방을 배정 받아 새벽 3시에 취침한다.

후블리 티베트 대학 철봉사에서 도지체와 함께…

그런데 스님께서 영어를 잘하는 도지체(Dorjeetsering) 학생을 소개해준다. 의사소통의 시원함이란 이럴 때 최상의 기분으로 전환된다.

20세인 그는 티베트에서 태어나 인도회사에 취직해 현재 다람살라에서 공부중이며 영어를 많이 배워 성공하면 귀국해 조국의 장래를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단다.

방학을 이용해 이곳 승가대학에서 쉬는데 차분하고 유창한 영어로 우리 일행을 3일 동안 가이드 해준다.

밤에는 스님들과 티베트의 현실 상황과 그들의 의지를 들으며 웃음꽃이 핀다.

방 2개를 비워서 우리들의 머무름에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고 규모가 큰 사원대학의 수행과정 및 법회 등을 참석하면서 보낸 여유로운 3일간의 시간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모든 스님들은 항상 웃는 표정으로 차분하고 맑은 향기를 지닌 느낌이었다.

박종석 作 ‘깨달음’

식당에서 쟁반 같은 큰 빵을 받고 쌀죽과 함께 검소한 식단이 소박하다. 자유롭게 식사를 하는 모습과 수업시간 두 사람이 마주하며 논리 정연한 문답으로 토론하는 모습은 치열한 생각으로 깨달음이 무엇인가를 궁구한다.

손바닥을 내리치며 온후하지만 냉철한 고함도 지르고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몽둥이로 어리석음을 내려치듯 한 느낌이다. 열려있는 토론문화 방식이라 할까? 옆에서 보는 우리 일행들도 알아들 수는 없지만 진지한 문답방식에 보이지 않는 설법을 듣는 느낌이었다.

넓은 시멘트 바닥에 많은 스님들이 않아서 큰스님의 법문을 경청하는 모습은 붉은 연꽃 수 백송이가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듯 자비심의 열기로 가득하다. 맑고 정갈한 경내와 우아한 꽃이 상쾌한 천상세계 같다.

스님들의 작은방에는 간단한 책상과 옷걸이 및 침구 외에는 별다른 물품이 없다. 오로지 수행을 위한 공부 외에는 모든 것이 간결한 생활이다.

가끔 달라이라마 성하께서 방문하신 유명한 승가대학이란다.

팔덴스님이 나에게 여기서 나머지 삶을 함께 하자고 제의 하신다.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지만 다시 가고 싶은 늘 그리운 곳이다. 다음 해에 달라이라마가 오시니 빨리 와서 친견해야한다고 한 달의 여유를 주며 편지로 연락이 왔지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우연의 인연에 많은 축복을 받은 시간이었다.

이 취재는지역신문발전기금을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