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리고, 뿌리고, 마음 가는 대로 나눠준 연꽃 향기…풍성한 빈터를 느끼다 [화필여로] <95> ‘찬란한 문명의 大地’…인도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 같은 민족성

2016년 07월 20일(수) 19:43

박종석 作 ‘함피의 밤 하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여정을 마치고 떠나올 때 여러 스님들이 사원 골목까지 나오셔서 무사한 여정을 기원해 주면서 도지체에게 1시간 거리까지 안내하게 해준다. 티베트 민가와 버스 터미널이 있는 몽고트의 인도인 지역까지 먼 거리를 따라와 배웅해준다.

후블리 승가대학에서 팔덴 스님과 함께…

목화밭과 황토색의 대지가 왠지 황량한 티베트의 땅과 흡사하지만 도지체의 따뜻한 배려 때문인지 더부살이하는 인도 땅일지라도 느낌은 훈훈하다. 짐을 들어주고 차를 기다리는 시간에 우리 일행에게 짜이(차)를 시켜서 대접한다.

그는 우리일행이 버스를 타고 사라질 때까지 포근한 마음을 듬뿍 실어준다. 티베트인들의 생활과 신앙심은 경건하면서도 품위를 가진 향기로, 또한 숭고미를 간직한 민족으로 느껴진다.


세상에 갓 태어나 처음 방긋 미소 짓는 천진한 어린아이와 같은 티베트 땅은 지금도 약육강식의 논리에 의해서 고통을 간직하면서도 푸근히 보듬어 안은 어머니의 젖가슴 같다.

특히 팔덴스님과 도지체의 순수함과 배려는 예전 티베트 대지에서 느낀 만큼 부처님의 자비심처럼 훈훈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나의 특별한 선입견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 같은 민족성은 티베탄이 있는 곳에서는 그 향기가 바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며 그들의 문화와 종교와 정신세계는 인류의 사표가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게 한다.

‘연꽃 향기’

다음 여정은 함피로 14세기 힌두왕조 때 남인도 전역에 번영을 떨친 비쟈야나갈 왕국이 남긴 흔적 때문에 환상의 도시로 기억된다.

지금은 한적한 시골마을이지만 거대한 바위군과 강을 끼고 있는 마을주변 8㎞ 반경에 많은 유적과 사원들이 산재해 있었다. 번성기 때는 100만여명의 용병을 고용하고 성안에 50만명이 거주했을 정도로 융성했으나 연합군에 의해 패배하고 역사의 무대로 사라진다.

그러한 영화의 흔적은 바나나 밭으로 변해있다. 역사는 스스로 반복한다는 말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3일간 머무르면서 마지막 날 대바구니 배를 타고 퉁가바드라 강을 건너 전원마을과 벼 못자리의 녹음에 백로들이 노니는 시골길을 거닐며 여유로움을 한껏 만끽한다.

넉넉히 머무르고 싶은 아쉬움을 간직한 채 망갈로드, 마이소르를 거쳐 우띠에 도착한다. 굽이굽이 산을 잡아 돌며 정글지역의 야생코끼리와 원숭이들을 보면서 유럽풍에 산간의 집들과 녹차 밭을 넘고 넘어 해발 2천m가 넘는 곳에 자리한 아름다운 도시에 도착해보니 꽤 추웠다.

새벽에 흰서리가 내리고 두꺼운 옷이 아니면 견디기 어려운 남국의 겨울이 만만치 않아 일행이 약간의 고산증세와 감기로 두통에 시달린다. 께랠라주는 공산당이 득세해 정치를 잘하는 편으로 교육열이 높고 도시도 깨끗하며 질서가 잡혀 밤 9시가 넘으면 다들 귀가하고 그들은 교육을 통해 근면과 성실로 남인도에서는 다들 물질적 풍요를 누린다.


이후 에르나꿀람, 포트코친, 트리반드럼을 여행하고 스리랑카 여행 후 다시 남인도로 돌아와 인도의 땅 끝, 깐냐꾸마리에서도 쓰나미 현장을 보고 스케치한다.

‘함피의 유적’

마두라이, 트리치, 탄자부르와 폰디체리, 석조각으로 유명한 마말리뿌람과 깐치뿌람을 거쳐 첸나이에 도착해 3일 동안 머무르며 국립예술대학 견학 및 시티투어를 끝낸 다음 4명의 동료들을 미리 떠나보낸 후 두 사람만이 1천600㎞를 33시간동안 열차를 타고 북상한다.

우리는 캘커다에 도착해서 두달 간의 여행성과를 점검하면서 나와 인연이 맺어진 모든 이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대하고 사랑하고 싶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번 여행은 인적구성이 독특해서인지 이야기 거리가 많은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