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식품 우동으로 이미지 ‘UP’ 관광객도 ‘껑충’ [지역마케팅의 힘]<7>日 카가와현의 우동 마케팅 2011년 ‘우동현’ 개명 이후 지역인지도 47위→14위 치솟아 관광자원 홍보 출발점…세토우치예술제 맞물려 시너지 효과

2016년 07월 26일(화) 20:10

일본의 작은 현인 카가와현은 2011년 ‘우동현’으로 개명하고 우동을 활용한 지역 마케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98년 일본 내 지역 인지도 꼴찌(47위)였던 카가와현은 우동현 프로젝트 이후인 2013년 14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우동에 집중한 마케팅이 아닌, 우동을 매개로 카가와현의 관광자원을 홍보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은 지역마케팅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른쪽은 카가와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우동 버스’(위)와 우동 이미지를 이용한 현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홍보 문구./일본 카가와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식품은 적지 않다. 광주·전남 역시 영광 굴비, 담양 떡갈비, 함평 한우, 나주 곰탕, 무안 낙지, 완도 전복 등 지자체마다 명성을 얻고 있는 식품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광주·전남 지자체가 지역 마케팅 측면에서 대표 식품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역 마케팅이 아닌 식품 마케팅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서다.

반대로 지역을 상징하는 식품을 제대로 활용할 경우 지역의 브랜드 가치는 함께 커질 수 있다. 관광객 증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 카가와현의 ‘우동 마케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가와현이 제작한 우동 이미지 포스터. ‘사누키에서는 우동(면발)이 서면 운수가 좋다라고 하네요. 사누키우동의 고향으로 확인하러 오세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동을 이용해 카가와현 방문을 이끌어내는 광고다./카가와현 제공

◇인지도 전국 꼴찌 시골마을의 고민

일본 시코구 북동쪽에 위치한 카가와현(香川縣)은 8개 시(市), 9개 정(町)으로 이뤄진 농업 위주의 현이다. 인구 98만여명의 카가와현은 일본 내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현이다. 세토내해 중심에 위치해 있어 예부터 해상 교통의 요충지였다. 1988년 오카야마현와 카가와현을 잇는 세토우치대교(세계 최대 철도 교량)가 만들어진 뒤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방문객이 증가했지만 1998년 ‘덴츠종합연구’의 지역 호감도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카가와현의 고민은 커졌다. 카가와현이 0.2%의 인지도를 기록, 꼴찌인 47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1위인 훗카이도(북해도)가 35.8%인 것을 감안할 때 일본 내에서 카가와현의 인지도는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다.

우동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섬, 올리브, 전통 간장 등 카가와현을 대표하는 다양한 관광자원이 있음에도 인지도가 바닥이라는 것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사누키우동? 우동 메뉴 아냐?”

카가와현 주민들의 우동 사랑은 남다르다. 주민 중 90%가 1주일에 1번은 우동을 먹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우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면 ‘사누키우동’이 수십여개에 이르는 우동 메뉴 중 한 종류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일본인들도 마찬가지. 사누키우동을 즐겨 먹으면서도 그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사누키우동은 카가와현에서 생산된 밀가루로 카가와현에서 만든 우동의 통칭이다. 카가와현 우동이 타 지역으로 진출할 때 다른 지역 우동과 차별화하기 위해 사누키우동이란 이름을 붙였다. 사누키가 카가와현의 옛 지명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사누키우동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50년 가량 됐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기점으로 볼 수 있다. 당시 박람회에 출품했던 카가와현의 한 우동 매장에서 하루 1만개씩 팔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사누키우동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1차 우동 붐이다. 이어 1988년 세토우치대교 개통 이후 2차 우동 붐이 불었다. 우동을 먹기 위해 카가와현을 방문하는 식도락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1993년 우동 관련 식도락 서적 발간(3차 붐), 2002년 현외 셀프우동가게 출점 증가(4차 붐)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많은 일본 국민들이 카가와현과 사누키우동을 별개로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그 결과가 1998년 인지도 조사 꼴찌다.

◇‘지역 알리자!’ 2011년 ‘우동현’ 선포

고민에 빠졌던 카가와현은 2004년 본격적인 우동 프로모션을 시작한다. 각종 우동 관련 이미지 포스터를 제작하는 등 우동과 지역 홍보에 열을 올렸다. 2009년 광고 콩쿨에서 우동 이미지 포스터가 은상을 받는 등 상당부분 성과로 이어졌다. 카가와현의 자랑인 우동을 알려 현 이미지를 높여보자는 목적 의식이 강했다.

이미지 포스터 등을 통해 인지도를 조금씩 끌어올리던 2011년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우동현 개명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유튜브 등 동영상이 주류로 떠오르던 시점, 카가와현과 광고회사 직원들이 카가와현 프로모션 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 ‘우동현’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딱딱하고 경직된 기존 프로모션 비디오에서 탈피해 재미있게 카가와현을 홍보해보자는 생각에서다.

2011년 10월 카가와현은 ‘우동현’ 개명을 선포했다. ‘우동현, 그것만이 아니야, 카가와현’이라는 제목의 프로모션 비디오를 현청 홈페이지에 올린 직후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 센세이션이었다.

우동현 개명 이후 카가와현의 인지도는 2013년 기준 14위까지 치솟았다. 15년 만에 33단계나 상승한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우동 외에 카가와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바로 우동현 개명 프로젝트다.

◇우동 매개 궁극 목표 ‘관광 활성화’

카가와현이 우동현을 들고 나온 것은 우동이란 아이템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 우동을 매개체로 관광 활성화, 즉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실제 우동현 개명 프로젝트는 카가와현을 찾는 관광객 수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세토우치대교가 개통한 1988년 1천35만명을 기록했던 카가와현 방문객은 교량 개통 효과가 사라진 이듬해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2천년대 중반엔 700만명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동 이미지 포스터 제작이 이뤄진 2004년 이후 800만명선을 회복했고 우동현 개명 이후인 2012년 888만명, 2013년 917만명, 2014년 906만명 등 증가세가 뚜렷하다.

우동현 개명 프로젝트가 베네세하우스, 세토우치국제예술제 등과 맞물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카가와현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가와현 관광진흥과 우에마츠 과장보좌는 “우동현 프로젝트는 카가와현의 산업 중 하나인 우동을 통해 현의 이미지를 높이는 지역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우동이 유명한 다른 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카가와현 만큼 우동을 많이 먹는 곳은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이 우동현 개명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에마츠 과장보좌는 또 “우동 외에도 보고 즐길 게 많은 카가와현을 찾아오라는 관광 캠페인의 시작점이 우동현 개명이었다”며 “충분히 효과를 거뒀고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만큼 현 시점에서 더 이상 우동현을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카가와현=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