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에서 가장 고독한 나라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7월 27일(수) 20:27

지금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는 2016년 7월 한국인의 현재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세계적 보도사진그룹 ‘매그넘포토스’가 2년간 한국의 실존 모습을 추적한 사진이다. 이 사진 중에 비케디푸터가 찍은 사진은 오늘날 ‘한국인의 고독 정서’가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돼 있다. 그 사진을 보면, 한국인이 저토록 섬뜩한 ‘고독의 눈’을 갖고 있었나, 싶다.

얼마 전 KBS 파노라마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독사로 의심되는 국민이 일년 1만건이 넘는다. 명백하지 않은 것은 일단 제쳐놓더라도 5시간마다 한 명씩 세상 누구도 모르게 죽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독사를 당하는 연령대이다. 흔히 고독사 하면 70·80대 노인들에게 해당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조사로 드러난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50대 이하 젊은층의 고독사가 훨씬 많다. 심지어 고독사와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30대도 6.2%라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문제는, 죽을 때 뿐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에도 지구촌에서 가장 고독한 삶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OECD 사회통합지표 분석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가 충격적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사회적 관계(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부문에서 10점 만점 중 0.2점을 받아 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지표는 곤경에 처했을 때 의지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지를 묻는 말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의 비율을 따져 산출되는데 우리나라는 72.4%만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27.6%는 곤경에 처했을 때 주위에 도움을 받을 가족·친구가 없는 고립 상태에 처한 셈이다. 세계 최상위인 스위스와 덴마크의 긍정적인 답변이 95%인 점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세대 간 차이가 큰 점도 문제다. 즉 15-29세 사이에서는 OECD 평균보다 높았지만 30-49세 연령대도 하위권이고, 특히 50세 이상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50세 이상 장년층과 노년층이 가정과 사회에서 느끼는 고립감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임을 반영하고 있다. 고령층이 고립감을 느끼는 것은 전 세계적인 경향이지만 세대 간 차이는 우리나라가 특히 심하다. 연령대별로 고립감의 격차가 크다는 점은 세대간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가족내에서 소외와 고독감도 큰 문제다. 남성의 경우 은퇴 이후 사회활동이 줄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고립감을 느낀다. 여성도 자녀 교육이 끝나고 혼인으로 자녀와 분리되면서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빈곤층이나 부유층을 상관하지 않고 고독사가 증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개개인을 만나보면, ‘고독하다’ ‘외롭다’는 국민은 앞의 통계보다 훨씬 많다. 심한 사회 갈등으로 인해 통합도가 낮아서 사회적 관계가 약해지면서 고립감 체감도가 한반도 역사 이래 최고치인 것 같다. 더군다나 이런 건강하지 못한 사회적 관계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 고용불안으로 인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가장 어려울 때 가족, 친구, 사회 중 어디에도 기댈 수 없다면, 우리 국민은 어디서 행복과 안정감을 느끼며 사나. 한국은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 권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한다. 정부는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만 달성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지만, 정작 시민은 점점 개인에 갇혀 고립된 채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대로는 구성원들이 서로 기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없다. 각자도생으로 살아가는 경쟁사회, 이기적인 ‘정글사회’에서 탈출하려면 복지를 확대하고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1950년 미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대중사회 속에서 내면의 고립감으로 번민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고독한 군중’이라 했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한국인들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들이다.

지구별에서 가장 삭막한 고독의 땅 한국, 앞으로 어떻게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할까. 인권도시 광주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으니, 지독한 ‘사회적 고독’을 ‘고독이라는 병’을 출간한 철학자 김형석씨는 ‘고독의 반대는 사랑이므로 사랑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깊은 고독을 느끼는 법이며 얻을 수 없는 사랑을 품은 이가 누구보다도 고독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회적 고독’을 해결하는 방법은 먼저 정부가 국민을 지극히 사랑하면 된다. 시장 군수가 진심으로 지역민을 사랑하면 된다. 사회공동체 내에선 이웃에 좀 더 세심한 사랑과 관심을 가지면 된다. 이렇게 사랑이 넘쳐도 고독해서 죽고 싶은 국민이 있다면, 복지공동체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고독해서 죽음을 선택하는 이가 가장 많은 나라 한국, 지금 당장, 경제·문화적으로 소외돼 대화를 단절하고 홀로 눈물 흘리는 이웃 없는지 살펴 보시길….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