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금요시장 이전 거부 명분 없다

박은성
경제부장

2016년 08월 08일(월) 19:12
우리는 흔히 노점상은 일할 기회를 잃었거나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노점상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목도리로 목을 휘감은 채 길가 한쪽에 쪼그려 앉아 각종 나물을 바구니에 담아놓고 오가는 사람들과 흥정을 하던 흰 머리의 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또 커다란 마대자루에 물건을 담아놓고 사러 온 사람과 주고 받은 손 때 묻은 천원짜리를 구깃 구깃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서 큰 기침으로 마무리를 하신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의 모습도 연상되곤 한다.

하지만 현대판 노점상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이전 문제로 지자체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무금요시장 노점상들의 그릇된 행보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살찐 대파, 시금치 한바구니 펼쳐놓고 오가는 사람 발길 붙잡으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대형 노점상들이 들어서면서 한 마디로 무질서와 무법천지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상무금요시장을 상인만 200팀이 넘어 ‘도심 속 시골장터’라고 추켜세우는 이도 있다. 하지만 불법주정차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은 물론 인도 점거에 따른 보행권 침해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인근 상인들의 강한 불만도 잇따랐다. 상인들은 노점상이 영세하다고 하지만 비싼 임대료와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상가에 대한 보호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지역민들과 상인들의 강한 철거요구의 민원이 쇄도하자,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해 온 광주시 서구청이 일제 정비 방침을 세우고 노점상인들에게 금요시장을 상무시민공원 인근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서구청의 행보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자신들의 생활터전으로 여겨온 노점상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곳 노점상인들은 금요시장 옛 1구간인 치평동 상무사우나-세린빌딩 일원으로 이주하는 대안을 제시한 채 상무시민공원으로의 이전을 완강히 거부하고 장사를 강행해오고 있다.

이에 서구청은 상무금요시장 노점상인 40여명에게 도로 부당점유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처분까지 단행하면서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물론 상무금요시장에 대한 각종 문제점에 대한 논란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철거요구를 서구청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해 왔다. 특히 본지도 지난해 상무금요시장에 대한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지적한 바 있었다. 그러나 서구청은 노점상인들의 반발 등을 감안해 강제집행보다는 통행로 확보, 차량 소통 등 최소한의 질서유지 및 계도활동에만 급급해왔다. 그동안 아무런 대책조차 세우려 하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서구청의 태도는 분명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분쟁을 피하려는 임기응변식 행정은 시민의 지탄을 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에 서구청은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기 보다는 행정대집행을 통해서라도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불법행위를 근절시키려는 노력의 약화는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킨다는 점과 올바른 시정은 작은 일에서부터 원칙을 지켜 가는데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물론 막바지에 몰린 노점상인들의 입장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자체와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그동안의 불법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지역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옛 말에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속담도 있다. 백성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과 같다는 뜻으로, 백성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음을 비유하고 있다.

지역민심이 이전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미 기울고 있는 만큼, 서구청은 원칙과 기본이 존중되는 도시행정을 구현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하길 바란다. 특히 최근 경기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해있는 인근 상인들이 더 이상 외지 불법 노점상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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