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 아닌 주민 삶에 주목 ‘지역 재생’ 견인 [지역마케팅의 힘]<8>‘섬’에 초점 세토우치국제예술제 |
| 2016년 08월 08일(월)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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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카가와현은 전남과 유사한 점이 많다. 세토내해를 끼고 있는 지역의 특성상 섬이 많고 지역경제가 농업·관광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것도 그렇다. 앞서 살펴본 대로 카가와현은 지역의 대표 음식인 ‘우동 마케팅’을 통해 지역의 인지도를 일본내 꼴찌(47위)에서 14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기존 자원만으로는 흡인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일본의 학습지 업체인 베네세그룹이 작은 섬 나오시마(直島)에 ‘아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카가와현은 또 다른 변화를 꾀한다. 세토우치국제예술제(Setouchi Triennale)다.
◇출발점은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
면적 7.82㎢ 인구 3천100명의 섬 나오시마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손을 거친 베네세하우스(1992년), 베네세하우스 오벌(1995년), 지중미술관(地中美術館·2004년), 이우환미술관(2010년) 등이 들어섰다. 예술섬으로 바뀐 나오시마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효과는 나오시마에 국한됐다. 주변 다른 섬과는 다른 별천지가 된 셈이다.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를 추진한 베네세그룹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은 2006년 키타가와 프람(1회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실행위원회 총괄디렉터)에게 연락했다. ‘활력이 사라진 세토내해 섬에서 현대예술을 계기로 지역 재건을 하고 싶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키타가와 프람은 니가타현의 에치고 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 ‘대지의 예술제’를 마친 직후였다.
우연치 않게 카가와현청도 나오시마를 축으로 한 아트 페스티벌 개최를 모색했다.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과 카가와현이 비슷한 시기에 ‘예술제’라는 동일한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목표와 방법은 같았다. 더 많은 관광객을 오게 만드는 한편, 갈수록 쇠퇴하는 섬, 즉 지역 재생의 단초로 예술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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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탄생한 세토우치국제예술제는 3년에 한 번 세토우치의 섬을 무대로 펼쳐지는, 세계적으로도 전례없는 대규모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다.
베네세와 카가와현이 의기투합해 탄생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0’은 2010년 7월19일 ‘바다의 날’에 개막해 10월31일까지 105일간 열렸다. 무대가 된 섬은 나오시마와 테시마, 메기지마, 오기지마, 쇼도시마, 이누지마, 오오시마 등 7개다. 현청 소재지인 다카마츠도 포함됐다. 첫 예술제 관람객만 93만명이었으며 18개국 75명의 아티스트가 각 섬에 작품을 만들었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3’은 대상 섬이 12개로 더 확대됐다. 나오시마와 테시마, 메기지마, 오기지마, 쇼도시마, 오시마, 이누지마, 샤미지마, 혼지마, 다카미지마, 아와시마, 이부키지마를 비롯 다카마츠항과 우노항 주변도 포함됐다.
올해 3회 예술제는 12개 섬과 다카마쓰항, 그리고 우노항(오카야마현) 주변에서 봄(3월20일-4월17일), 여름(7월18일-9월4일), 가을(10월8일-11월6일) 시즌으로 나눠 개최하고 있다.
◇아트 마케팅 NO…핵심은 ‘섬 마케팅’
세토우치국제예술제는 일반적인 국제미술전이나 트리엔날레와는 다르다. 작품 중에는 영구적으로 설치되는 작품이 적지 않다.
특히 예술제는 바다와 섬을 무대로 살고 있는 주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술을 수단으로 지역 재생, 즉 섬 자체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예술은 섬의 특색을 두드러지게 했고 섬과 사람, 섬사람과 섬을 찾아오는 손님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의 홍보포스터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홍보포스터 어디에도 미술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매 회 포스터는 모두 바다와 섬의 이미지를 담고 있을 뿐이다.
후쿠다케 재단과 카가와현이 갖고 있는 세토우치예술제, 그리고 섬에 대한 접근방식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예술제의 컨셉이 Native(고유성), Local(지역), Community(커뮤니티)로 설정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술과 관련된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
◇섬 관광객 급증 엄청난 마케팅 효과
카가와현이 분석한 ‘세토우치국제예술제 2013’의 경제 파급효과는 봄 27억엔, 여름 59억엔, 가을 46억엔 등 총 132억엔(한화 1천260억여원)에 달한다.
직접 효과(예술제 방문객에 의한 카가와현 외로의 소비 발생 부분을 공제한 것)는 77억엔(봄 16억엔, 여름 34억엔, 가을 27억엔), 1차 파급효과(직접효과에 의한 카가와현 각 산업의 생산액 증가 금액)는 29억엔(봄 6억엔, 여름 13억엔, 가을 10억엔), 2차 파급효과(직접효과 및 1차 파급효과에 의해 발생한 고용자 소득 증가분을 통한 카가와현 각 산업 생산액 증가 금액)는 26억엔(봄 5억엔, 여름 12억엔, 가을 9억엔)이다. 132억엔은 ‘세토우치국제예술제 2010’과 비교할 때 21억엔이 증가한 수치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객관적 증거다. 올해 봄 예술제 방문객도 12.5%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세토우치국제예술제실행위원회는 지난해 세계 최대 여행이벤트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에서 ‘재팬 투어리즘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다.
세토우치국제예술제실행위원회 사무국 테쓰유키 이마타키 어시스턴트 디렉터는 “예술제의 핵심 포인트는 장소의 고유성으로 도시가 아닌 지역이며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나는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제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고 지역 주민과 함께 소통하며 (미술 작품이) 공동소유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문객과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방문객 수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련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섬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시설과 정신문화 모두 시코쿠 내륙 지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일본 카가와현=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