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양궁 여전사들 올림픽 역사 새로 쓰다

2016년 08월 09일(화) 20:23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열대야로 지친 국민들에게 한줄기 시원한 낭보가 전해졌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고 있는 제31회 하계 올림픽에서 여자양궁 한국팀의 기보배, 최미선, 장혜진 선수가 러시아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기보배, 최미선 선수는 광주여자대학교가 배출한 국가대표로 광주에서 기량을 연마한 신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선수들은 올림픽 단체전 8연패의 대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쓰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양궁단체전이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단 한차례도 빠짐없이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결승전 경기가 진행되는 경기장의 기상 여건은 변덕스러웠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풍이 불었지만 태극낭자들의 투혼은 이마저도 미풍에 그치게 했다. 이는 지도자와 선수가 혼연일체가 돼 과학적이고 치밀한 훈련을 하며 인간 한계에 도전한 땀의 결실이다. 강풍과 소음 적응 훈련 반복, 발톱이 빠지면서도 매일 운동장 20바퀴씩 뛰면서 체력을 키운 노력 덕분이다.

광주여대를 졸업한 선배 기보배 선수와 지금 재학 중인 최미선 선수는 같은 학교에서 같은 감독아래 양궁을 연마해 국가대표가 된 동문 선후배다. 이번 단체전 경기에서 기보배는 장혜진, 최미선에 이어 마지막 주자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기대했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런던올림픽 출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매 경기 승부처마다 10점을 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최미선은 팀의 막내지만 배짱이 두둑한 선수로 마지막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참으로 장하고 멋진 광주의 딸들이다.

올림픽 사상 정상을 지켜온 한국 여자양궁의 광주출신 및 소속 선수는 서향순(광주여고 출신·1984년 LA 올림픽 개인전 금)을 비롯 장용호(광주체고 출신·2000년 시드니·2004년 아테네올림픽 단체전 금), 주현정(광주체고 출신·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 기보배(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선수가 있다. 기보배는 런던에 이어 이번 브라질 단체전에서 우승해 세 개의 금메달을 확보했다. 12일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기보배와 최미선이 정상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태극낭자끼리 1, 2위를 다투는 진풍경이 될 것이다. 한국 양궁이 당초 목표대로 남녀개인전을 휩쓸어 양궁의 세계 역사를 새로 써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