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판결 이제는 마무리돼야 이호행 사회부 기자

2016년 08월 16일(화) 19:56

“대법원에서 근로정신대 소송이 잘 해결 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광복절이나 3·1절 등 일제 과거사 청산 문제가 매번 불거져 나오지만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구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광주에서는 강제징용과 관련 양금덕 할머니(85) 등 원고 5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2013년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광주지법과 고등법원에서 모두 승소해 대법원 판결만을 앞두고 있다. 1·2심 모두 승소해 대법원에서도 승소 확률이 높지만 정작 할머니를 도와 진행하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측은 대법원이 적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우선 미쓰비시측 법률대리인으로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이 나서면서 판결에 영향이 미칠까봐 우려했다. 또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대법원이 정부의 눈치를 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민모임 한 관계자는 “보수적 성향을 가진 대법관들이 집권자의 눈치를 보며 과거사 문제를 엉뚱하게 판결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이번 한·일 과거사도 비슷한 판결이 나올까봐 우려스럽다”며 “고령의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빨리 판결이 나면 좋은데 만약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다른 소송에도 악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빨리 판결을 받자니 부정적인 판결을 받을까봐 두렵고 이를 감안해 기다렸다가 판결을 받자니 고령의 할머니들의 건강이 염려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정도가 지나면 할머니들의 생존을 장담하기가 힘들다. 할머니들이 숨을 거두면 투쟁 명분·동력이 상실되기 쉽고 법률적으로도 대법 판결의 효력이 사라져 이들로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전범기업에게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만 한다.

2012년 대법원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포기되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 근로정신대 판결이 시작됐다. 그렇기에 사법부는 신속하고 공명정대한 판결을 통해 미쓰비시가 할머니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