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 문화도시 살리는 길 정겨울 문화체육부 기자

2016년 08월 17일(수) 19:59

광주 남구 양림동은 오웬기념각, 우일선 선교사 사택, 호랑가시나무 등을 품으며 근대 광주의 역사문화의 보고라 불린다. 근대 기독교 문화의 산실을 모두 담고 있는 양림동이 최근 더욱 ‘핫한’ 곳으로 떠오르기까지는 ‘펭귄마을’의 역할이 가장 컸다.

양림동 펭귄마을은 실제 펭귄이 살지 않는다. 일대 마을 어르신들이 뒤뚱뒤뚱 걷는다는 데서 착안해 ‘펭귄마을’이라고 이름 붙은 것이다. 이 곳은 요즘 들어 SNS의 바람을 타고 ‘데이트 명소’,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펭귄마을이 이처럼 많은 관심을 얻기까지는 지역 예술인들과 마을 사람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펭귄마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통 낡은 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평범한 공간이었는데, 이후 마을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던 고장 난 벽시계, 액자 등 생활용품들을 마을 곳곳에 전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지역 예술인들이 양림동에 모여 직접 손으로 만든 간판, 그림, 예술작품들을 내걸고 펭귄마을을 가꾸기 시작했다. 인기에 힘입어서일까. 양림동은 전국 ‘2017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의 힘으로 ‘문화마을’을 가꾸는 곳이 또 있다. 바로 광주 광산구 평동 생활역사유물전시관이다. 이 곳은 본래 농경생활을 주로 했던 평동 주민들이 조선시대·일제시대 때부터 근·현대까지 사용했던 농경·생활용품들을 모아다 전시장으로 만든 것. 이 곳은 농기계부터 소소한 생활용품까지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생활 유물들의 총 집합체로 볼 수도 있다. 이미 인근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는 이 사실이 알려져 많은 학생들의 체험학습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미래세대의 교육 자료를 제공한 것이다.

양림동 펭귄마을과 평동 생활역사유물전시관 모두 개개인의 오래된 물건들을 흔쾌히 내놓은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에서 만들어졌다.

‘옛 것을 본 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고 했다. 가만히 뒀으면 쓰레기로 전락했을 많은 물건들이 ‘문화마을’을 만들었다. 빛고을 곳곳에 이런 아름다운 문화마을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