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도전? 즐거운 청춘 시작! 인/터/뷰 전통문화관 액티브시니어강좌 수강생 김상섭씨 한의학 강사…남도전통음식 배우며 ‘제2의 인생’ 설계 요리하며 봉사하는 삶 실천…‘건강한 나눔 활동’ 전개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

2016년 08월 21일(일) 18:32

나이 들었다고 두려워하지 마세요.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의지와 도전정신, 그리고 건강한 신체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어요. 도전을 두려워마세요. 바로 당신이 청춘입니다.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전통문화관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전마다 맛있는 음식냄새로 가득하다. 바로 전통문화관 전통요리특별강좌인 ‘제9기 액티브시니어-사랑받는 남자’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

앞치마를 두르고 열심히 송편을 빚고 있는 장년층 남성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트레이드마크인 캡 모자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백발과는 반대로, 진지한 눈빛으로 요리를 하는 모습은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그는 한의학 강사 김상섭(64·사진)씨 였다.

“3년째 이 수업을 다니고 있습니다. 남도 음식들을 배우고 익히면서 전통음식에 선조의 지혜와 건강비법이 들어있다는 걸 깨달았죠. 제가 전공한 한의학과 요리가 만나 건강한 요리 치료법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김상섭씨가 전통문화관에서 송편 빚기를 배우고 있는 모습.

현재 대학이나 단체에서 동양의학 및 철학, 명리학 등을 가르치는 김씨는 6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새롭게 도전하고 공부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삼형제의 큰 형으로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김씨는 면학의 꿈보다는 돈버는 일이 먼저였다. 20대 젊은 나이에 사업에 성공해 가문의 가세를 일으켜 세웠지만 당시 김씨는 삶이 너무 팍팍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과감히 자신의 직위와 사업을 접어두고, 가난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해 나이 서른에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가 바로 한의학, 침술, 민간요법이었다. 당시 한의학에 정통한 대학교의 박사와 침구사 스승을 따라다니며 그렇게 15년을 공부하며 자격증을 취득했고, 시골마을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기존 한의사들은 의료법 위반이라며 비난했다. 젊은 날의 공부와 연구가 너무 아까웠던 그는 한의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고 동양 의술의 뜻을 알리기 위해 48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한약, 침구사, 소독법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미국한의사 시험(NCCAOM)도 통과했다. 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것은 고향과 가족이었다. 객지에서보다는 한국 땅에서 좋은 일, 보람 있는 일을 이어가고 싶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어느새 나이 오십이었죠. 다른 의료업계에서는 여전히 저를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저는 제 의지대로 더 공부하고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한 대학의 교수님께서 이 전통음식 요리 강좌를 들어보라며 권하셨죠. 그때가 제2의 인생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한의학을 공부한 김씨는 남도의 전통음식의 그 위대함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잘 맞는 음식과 조리법이 있었고, 음식재료의 성질에 따라 올라가는 고명, 반찬 하나하나에 선조들의 건강한 지혜가 들어있음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전통음식 특별 강좌 수업을 들으며 평소 책과 침구, 한약재만 만져왔던 그가 요리도구를 처음 잡았을 때는 낯설고 어려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한다. 진정한 ‘건강한 나눔 활동’이 시작 될 수 있었던 것.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그는 어르신과 장애인들에게 직접 요리 대접을 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한의학이라는 경륜에 전통음식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목시키니 그 효과는 배가 됐다.

그는 전통요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향후 포부를 밝혔다.

“평상시에 먹는 음식으로 건강도 지키고 질병도 이겨 낼 수 있는 음식도 개발해, 진정한 ‘만능 건강전도사’가 되고 싶습니다.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사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더 건강해야겠죠(웃음).”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