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현실화된 ‘김영란법’

2016년 08월 21일(일) 18:52

선물가격 5만원 상한 등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이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추석을 맞아 출시 예정인 전남 농수특산물 선물세트 대부분이 5만원을 웃돌아 당초의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이번 추석부터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농축산 및 어민들의 생계와도 밀접해 걱정이 앞선다.

전남도가 최근 펴낸 100페이지짜리 2016 추석명절 농특산물 책자에는 도내에서 생산된 쌀과 잡곡선물세트 과일 및 채소, 축산물 세트, 각종 해조류 등이 소개됐다. 이 중 한우는 등심 2㎏ 1등급이 16만9천원을 호가하는 것을 비롯, 대부분의 선물세트가 10만원을 웃돌았다.

농산물과 각종 축산물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5만원을 넘어 소위 김영란법이 적용될 경우 대부분 저촉될 것으로 해석됐다.

물론 모싯잎 송편 1.2㎏(20개)이 1만원, 사평 기정떡(12조각) 6천원을 비롯, 김 선물세트 등은 5만원을 넘지 않았지만 전체 선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지 크지 않았다.

올 추석이 김영란법 시행일보다 앞서 실질적으로 법에는 저촉되지 않겠지만 현장에서는 심리적으로 김영란법을 의식해 선물할 것으로 보여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김영란법을 의식해 이번 추석에도 5만원 미만의 선물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농축산업과 어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물리적으로 시행을 늦추거나 시행 전에 상한선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법 시행 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데 있다.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농어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모두 수긍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종 규제나 법 시행은 이상보다는 현실과 일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축산물 선물의 80% 이상은 추석과 설 등 명절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농민들은 김영란법 시행에 극렬 반대하고 있다.

김영란법 본래의 취지도 살리고 어려운 농촌의 현실도 반영할 수 있도록 법 시행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보완이 필요하다.